‘수업 중 마스크 쓸까, 벗을까.’
오는 23일 개학을 앞둔, 교육당국이 난제를 마주했다. 다름 아닌, 개학 후 학생들의 교실 내 마스크 착용 여부다. 교육부는 최근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 사례에서 보듯이 감염병 확산을 막으려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원칙과 마스크를 온종일 쓰고 학교생활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현실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내주 중 수업시간 마스크 착용 여부를 포함한 개학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세부 지침이 일선 학교에 배포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지난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23일 개학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방역물품, 급식, 수업시간 마스크 착용 여부 등 생활 수칙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방역당국의 원칙대로라면 수업 중에도, 쉬는 시간에도, 마스크는 계속 써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종 코로나 예방 수칙의 하나로 2m 이내 대면을 금지한다. 특히 최근 서울 구로구 콜센터와 같이 사람이 밀집한, 비말을 통한 감염 우려가 높은 환경에서 마스크는 필수로 여겨진다. 교실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
딜레마는 학교에서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지속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경기 부천의 한 고교 교사 최모(34)씨는 “지난달 학교 문을 이틀 열었을 때, 교문에서 마스크를 나눠줬는데도 애들이 금세 답답하다고 벗어버리더라”며 “애들을 따라다니면서 쓰라고 할 수도 없고, 썼다 벗었다 할 경우 마스크 보관도 문제”라고 난색을 표했다.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급식 시간은 물론이고 체육, 음악, 외국어 등 마스크를 쓴 채, 수업 진행이 어려운 교과목도 많다. 서울의 한 중학교 음악 교사 최모(36)씨는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해야 한다면 악기, 가창은 못하기 때문에 수행평가 영역도 당장 감상 위주로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수 전문가들도 모든 학생이 학교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으라는 지침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전병률 차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신종플루 유행 때도 학교 입구에서 발열 체크를 해서 증상이 있으면 집으로 다 돌려보냈다”며 “이번에도 건강한 학생들은 마스크 없이 수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옥영 사단법인 보건교육포럼 이사장은 “지역사회 감염이 있는 곳에서는 상황에 따라 쓰되, 마스크를 모두가 다 쓸 필요는 없다”며 “대신 기침예절, 손 씻기, 거리 유지와 같은 체계적인 보건교육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별로 마스크 착용 지침을 달리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혹은 ‘안 써도 된다’라고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며 “각 시도교육감이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들어 위험 정도를 판단하고, 마스크 착용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 여부 등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식약처 등과 협의해 개학 일주일 전까지 안내할 예정”이라며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송옥진 기자 cli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