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오지를 제외한 모든 대륙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중동은 이란발(發)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차 가팔라지고 있고, 동남아도 각국마다 추가 확진자가 급증하면 비상이 걸렸다. 그간 상대적으로 감염자가 적었던 아프리카와ㆍ오세아니아ㆍ남아메리카의 상황도 계속 나빠지고 있다.
12일 각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중동은 ‘슈퍼 전파국’이 된 이란을 중심으로 감염자 수가 1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감염자 수 세계 3위인 이란에서만 9,000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만 이미 354명에 달한다. 이란과 교류가 많은 카타르와 바레인에서도 각각 262명, 189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중동 국가들은 이란에서 사망자가 나온 뒤 국경 폐쇄와 항공편 운항 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그에 앞서 이란 내 시아파 성지 등을 방문했던 자국민이 많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중동은 특히 유럽이나 한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은 의료 수준ㆍ시스템 때문에 치사율이 높아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다른 대륙보다 더 크다.
동남아에선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분위기다. 39명의 확진자가 있는 베트남은 지난 6일 영국과 이탈리아 등을 여행하고 귀국한 슈퍼 전파자(17번째 확진자)로 인해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1명의 슈퍼 전파자로 인해 17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일주일 새 감염자가 23명이나 늘었기 때문이다. 확산 속도 면에선 필리핀이 가장 위험하다. 당초 3명에 불과하던 확진자 수가 지난 6일 이후 49명까지 폭증하면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까지 감염이 의심돼 검사를 받기도 했다. 그간 코로나19 감염이 0명이던 인도네시아와 브루나이도 이달 들어 이날 현재 34명, 6명으로 늘었다. 이 외에 싱가포르(178명)ㆍ말레이시아(149명)ㆍ태국(70명) 등도 매일 10여건의 확진자가 이어지고 있다.
아프리카ㆍ오세아니아ㆍ남미에서도 감염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아프리카에선 이집트가 59명으로 확진자가 가장 많다. 남아프리카공화국 13명를 비롯해 이날 현재 아프리카 전체 감염자는 100명을 넘어섰다. 호주와 질랜드에서도 총 13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들 중에는 할리우드 유명배우 톰 행크스 부부도 포함돼 있다.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불리던 남아메리카 상황도 악화일로다. 69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브라질을 필두로 최근 1~2주 사이 중남미 16개국에서 신규 확진자가 쏟아졌다. 미국 CNN방송은 “코로나19는 남극 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 발판을 마련했다”며 “이제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코로나19 확산 완화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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