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 제출 통화신용보고서에서 이유 밝혀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은 과거 감염병 사태 때보다 크고 길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이런 상황을 향후 통화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갈수록 금리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전방위적인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설명한 셈이다.
한은은 12일 이 같은 내용의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한은은 우선 과거 다른 감염병 사태 때에 비해 코로나19에 대한 금융시장 반응이 더 크고 회복 속도도 느리다고 지적했다. 한은 분석 결과, 지난 1월21일 이후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코스피 하락률(13.6%)과 10년만기 국채금리 하락폭(0.47%포인트)은 과거 대표적인 감염병 사태 때(-5.6%, -0.22%포인트)보다 훨씬 컸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더 클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국내 소비와 해외 관광객 유입 감소로 인해 내수와 서비스 수출입이 모두 위축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재화 교역도 이미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는 대(對)중국 수출에 더해 코로나19가 퍼지고 있는 다른 국가에 대한 수출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2.1%인 한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지호 조사총괄팀장은 “(기존의 성장 전망은) 코로나19가 중국과 일부 국가로 확산되는 걸 전제로 내놓은 평가였고, 최근 미국 유럽 등 여타국가로의 확산은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보고서에서 ‘최근 신용증가의 특징 및 시사점’을 통해 최근 민간신용이 급격히 증가했음에도 이 돈이 소비나 투자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은이 2차례 금리인하를 진행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중 유동성의 증가세가 확대됐지만 이는 실물경제로 이어지지 못했다. 가계대출은 주택 관련 대출이 대부분이고, 기업대출은 시설투자보다 경영악화나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예비자금 수요가 대부분이었다.
한은의 분석은 기준금리 인하처럼 광범위한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에 미시적인 정책이 더 유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은은 “완화적 통화정책의 실물경제 파급 효과를 높이려면 시중자금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원활하게 유입되도록 유도하는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금리조정 외에도 지난 금통위에서 금융지원중개대출을 5조원 늘린 것처럼 지원 대상이 특정된 미시적 정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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