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바이러스의 침투로부터 보다 ‘완벽한’ 보호를 하고자 마스크 대신 생수통이나 비닐을 머리에 쓰는 등 각자의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중국 사람들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그 광경이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에서도 재현됐다. 콜롬비아 소아차에 있는 훌리오 세사르 투르바이 학교 재학생들이 11일(현지시간) 페트병, 비닐, 나뭇잎 등을 이용해 직접 만든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는 이색 풍경을 자아냈다.
그러나 중국 시민들과 달리 콜롬비아 학생들의 목적은 개인 보호가 아니었다. 학생들은 전염병 확산 예방에 필수적인 마스크가 부족한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이 같은 마스크를 쓰고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콜롬비아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기오염으로 인해 고정 마스크 수요가 있었던 나라인 만큼 학생들은 재활용 폐기물이나 자연분해 되는 재료들로 마스크를 만들어 환경 관련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콜롬비아는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3명뿐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날부로 코로나19에 대한 전염병 경보를 최고 단계인 판데믹(세계적 대유행병) 수준으로 격상한데다 인접국인 파나마에서 전날부터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 미래 상황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학생들의 이번 퍼포먼스는 지금 당장은 지역 감염의 위협이 없지만 정부가 미리 코로나19 대응책을 준비해 달라는 의미이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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