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국ㆍ감염자 수 등 정해진 구체적 기준 없이 WHO가 판단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대유행)’을 선포했다. WHO는 줄곧 팬데믹 선언을 주저해왔으나 이날까지 전세계 114개국에서 확진자 11만 8,000여명이 발생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확산세에 결국 팬데믹 선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이란 무엇이며, 또 무엇이 달라지는 걸까.
팬데믹(Pandemic)이란 WHO의 6단계 전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단계에 해당한다. 그리스어 팬(panㆍ모든)과 데모스(demosㆍ사람들)가 합성된 단어로, 모든 사람들이 감염되고 있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4단계에 해당되는 에피데믹(Epidemic)이 전염병이 한 국가, 혹은 하나의 대륙에서 빠르게 퍼지는 상황이라면 팬데믹은 세계 각국을 이동하며 대유행하는 상황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현재 114개국에 11만 8,000여 건의 확진 사례가 접수됐고, 4,291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고됐다”며 팬데믹 선포 배경을 설명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전세계적 확산 상황을 목격하고 있지 않다”며 팬데믹 선언을 미뤘다.
다만 팬데믹 선포는 각국에 강화된 대응과 국가간 협력을 촉구하는 선언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지, WHO의 대응 지침 등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영국 국립보건연구소의 내털리 맥더모트 박사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이미 몇 주간 세계 각국은 잠재적 팬데믹에 대비하라는 조언을 받았기 때문에, 용어 변경이 가져올 실질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각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서로 협력하고, 공동 전선을 이뤄야 한다는 걸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WHO가 팬데믹을 선포한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 2009년 ‘신종플루(H1N1)’ 유행 시기로 당시 214개국에서 환자가 발생해 1만 8,500명이 숨졌다. 반면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때는 비교적 확산이 빠르게 억제돼 26개국에만 퍼졌기 때문에 팬데믹 선언이 없었다. 가디언은 “팬데믹 선언에 확산 국가 수, 감염자 수, 사망률 등 정해진 구체적 기준은 없다”며 “결국 WHO가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WHO가 공식 선포하지는 않았으나 1968년 ‘홍콩 독감’이나 1957년 ‘아시아 독감’ 등도 언론에서 팬데믹으로 불린다.
이날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언론 브리핑에 나서 “팬데믹이라는 단어가 내포한 의미와 파급력, 각국이 바이러스 억제 노력을 포기할 위험성 등에 대해 고심했다”면서 내ㆍ외부 전문가와 충분한 심사숙고를 거쳐 팬데믹을 선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팬데믹 선포가 오히려 각국 정부가 더 공격적인 대응을 펼치는 기폭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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