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 인터넷 홈페이지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협박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이모(38)씨는 2015년 7월 자신의 집에서 백악관 홈페이지 민원코너에 접속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테러 선언’이라는 제목으로 주한 미국 대사의 암살 시도를 암시하는 글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같은 코너에 ‘오바마 대통령과 영부인 미셸에게’라는 제목으로 딸을 성폭행하겠다는 글을 게재한 혐의도 있다.
1심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협박글이 피해자들에게 전달됐는지 입증되지는 않았다고 보고 협박죄 대신 협박 미수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2심은 경찰이 이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당시 수집된 증거의 증거 능력을 모두 부정한 뒤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피고인의 노트북을 압수하고 이후 증거를 탐색ㆍ추출하는 과정에서 영장 범위를 넘어서 공소사실과 무관한 정보를 탐색 및 복사하고 노트북 반환 기간을 지키지 않은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압수수색 전반에 걸쳐 헌법 및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적법 절차의 원칙과 영장주의를 중대하게 위반했다”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들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협박 게시물을 작성했다고 볼 수 없어,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2일 협박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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