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학’이 최대 관심사다. 한 주 연기하고, 다시 2주를 연기했는데도 개학을 언제 할지를 두고도 말이 많다. 이만하면 됐으니 하루라도 빨리 개학하자는 이도 있고, 아직 불안하니 3월 말까지 추가로 개학을 연기하자는 이도 있다. 정치인들은 개학 후에 벌어지는 상황이 총선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며 정치적 셈법까지 하고 있다. 세간의 관심이 큰 만큼 언론도 연일 개학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개학이 이렇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된 적도 없다. 참 우울한 일상이다.
그런데 말이다. 학교는 이미 개학을 했다. 두 차례나 개학을 연기했고, 언론도 연일 개학 연기를 보도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분명 학교는 개학을 했다. ‘초ㆍ중등교육법’ 제24조 제1항에서 “학교의 학년도는 3월 1일부터 시작하여 다음 해 2월 말일까지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법에서 정한 것을 교육부 장관이라고 임의로 바꿀 수 없다. 장관의 역할은 이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이를 지키도록 감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 때 한유총이 에듀파인을 도입하지 않겠다며 개학 연기라는 초강수를 쓸 때 이 조항에 근거하여 불허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것을 떠올려봐도 알 수 있다.
학교는 이미 관련 법령에 따라 학생들의 졸업, 입학, 진급, 반 배정, 번호 부여 등을 하고 모든 학적 반영을 마쳤다. 다만 졸업식을 치르지 않고 졸업했고, 입학식을 치르지도 못하고 입학해서 바로 휴업에 들어가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즉 지금 이 상황은 개학 연기가 아니라 ‘휴업 연장’이다.
그런데 교육부도 이를 구분하지 못하며 혼선을 키우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보도자료만 보더라도 “개학 연기 관련 초ㆍ중등학생의 학습 지원”, “개학 추가 연기 기간 동안 빈틈없는 돌봄 제공” 등과 같이 ‘개학 연기’라는 말을 반복해서 쓴다. 언론은 이를 그대로 받아쓴다. 개학이 연기되면서 학생의 학습 결손이 발생하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생긴다. 감염 위험만으로도 불안한데 학습 결손이라는 불안감마저 이렇게 더해진다.
개학 연기가 아니라 휴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즉 개학하고 봄방학을 하고 있다고. 작은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아래처럼 의미를 두어보면 그 차이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된다.
첫째, 학생은 온전한 학적을 인정받는다. 지금은 전 학년도의 연장선에 있는 방학이 아니라 새 학년도를 시작하고 임시휴업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입학식을 치르지 않았더라도 8세 아동은 유치원생이 아니라 초등학생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당연히 중학생이고,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고등학생이다. 졸업과 입학을 한 학생뿐만 아니라 한 학년씩 진급한 학생들도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둘째, 학습 결손을 걱정할 필요 없다. 휴업이 끝나자마자 수업은 법에서 정한 대로 착실히 이루어진다. 물론 불가피한 경우 현장체험학습 등이 일부 조정되기는 하겠지만 교과 수업만큼은 한 시간의 결손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공연히 학습 결손 우려를 조장하며 호들갑떨 필요 없다. 단지 오늘 쉬었다가 내일 배울 뿐이다.
셋째, 선행교육의 규제로부터 벗어난다. 온라인 학습으로라도 학생들을 만날 준비를 했던 교사들이 이 행위가 선행교육 금지 행위에 해당한다며 포기하는 경우를 봤다. 교육부는 선행교육의 범위를 한 학기로 본다. 따라서 학기를 시작한 지금 1학기에 배울 내용을 미리 가르치는 것은 선행교육이 아니다. 소신껏 자유로워지면 된다.
긴 휴업을 마치고 하루라도 빨리 학교의 일상으로 아이들을 초대하고 싶다. 다음 주면 수업을 시작할 수 있을까? 다시 조바심이 생기지만 이제껏 참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린다. 수업 시작하는 날에 대한 결정만큼은 질병관리본부 판단을 믿고 따라야 한다.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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