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깜짝 방문해 직원들 격려
“오늘은 보고 안 받겠다”고 하자 직원들 웃음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질병관리본부를 깜짝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정은경 본부장 등을 격려했다. 앞서 질본 관계자들이 끼니를 거르기 일쑤라는 얘기를 전해들은 문 대통령은 ‘밥차’를 준비해가 직원들과 같이 식사를 같이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30분에 사전 예고 없이 저녁 충북 청주 오송의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해 “질본은 칭찬받고 격려 받을 자격이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총력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 직원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이 질병관리본부를 찾은 것은 지난 1월 20일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질본 긴급상황실에서 만난 직원들에게 “질본이 너무 애쓰고 있고 고생이 많고 안쓰러워 진작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으나, 너무 바쁜 것 같아 오면 폐가 될 까봐 안 왔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브리핑이나 보고는 안 받겠다. 지시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자 주변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방문시간을 저녁 시간을 택한 것도 “질본 업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시간으로 방문 시간을 정하라”는 문 대통령의 특별 주문에 따른 것이라고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갈비찜을 특식으로 포함한 ‘밥차’를 준비해 갔다. ‘질본이 워낙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보니 밥 시간대를 놓쳐 식사를 못하시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마련하게 됐다고 윤 대변인은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정은경 본부장을 비롯한 간부들과 함께 식사하며 방역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향후에도 계속 대응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질본이 열심히 해서 세계가 인정하는 좋은 성과를 냈다”며 “자화자찬하는 게 아니라 세계가 평가하고 있다. 국민에겐 치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가지만 당부 드리면 사망자가 더 나오지 않게 각별한 노력을 해 달라. 사망률은 낮지만, 국민에겐 가슴 아픈 일”이라고 당부했다. 최근 확진자 증가 폭이 감소하는 흐름이기는 하지만, 서울 구로 신도림동 콜센터와 관련된 확진자 수가 이날 90명까지 늘어나는 등 수도권에서 집단감염이 이어지는 양상도 보이는 만큼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는 주문이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이에 “두 달 넘게 고생하며 힘들고 에너지가 고갈되려고 하던 중에 이렇게 직접 오셔서 따뜻하게 격려해 줘 새 힘을 얻었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과 정 본부장의 인연도 화제가 됐다. 정 본부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질병관리본부장에 전격 발탁됐다. 질본 긴급상황센터장(2급)에서 차관급으로 두 단계 승진하는 파격 인사였다. 문 대통령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야당 대표로서 질본을 방문한 적이 있다”며 먼저 인연을 언급했고 정 본부장은 “(그때) 질병예방센터장이었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정 본부장의 활약을 눈여겨봤고, 일찌감치 질병관리본부장 후보로 낙점해뒀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은 “사스를 겪으면서 질본이 생겨 메르스 사태 이후 위상이 높아져 차관급기구가 됐다”며 “이번의 아픈 경험이 좋은 자산이 되도록, 성공한 경험을 활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 앞으로도 여전히 질본이 (감염병 대응의)중심일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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