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내 ‘슈퍼전파자’ 발생이 한국 기업인의 예외적 입국 허가 협상에서 막바지 변수로 등장했다. 양국 정부 간 협상은 순조롭지만, 슈퍼전파자로 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흐름이 어느 정도 잡혀야만 베트남 정부가 입국 허가를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한국 외교부와 삼성전자 베트남 현지법인 등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우리 정부가 보증하는 건강상태확인서를 소지한 한국 기업인에 한해 입국을 허용하는 방안과 관련해 구체적인 입국 방식과 시점 등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외교부는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등에서 국가가 보증하는 건강상태확인서를 발행하겠다”면서 “이를 소지한 한국 기업인에 한해 베트남 입국이 가능하도록 조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현지에선 베트남 정부가 하노이 노이바이공항 등 해외 여행객들이 붐비는 공항 대신 번동공항 등 규모가 작은 다른 국제공항을 통해 한국 기업인들의 입국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트남 내 한국기업 현지법인 고위 관계자는 “도착 공항의 규모와 상관 없이 예외적 입국 허용 즉시 베트남으로 출발할 수 있도록 각 기업들이 비용을 갹출해 한국에서 전세기 편을 미리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예외적 입국이 허용되는 시점은 베트남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6일 영국과 이탈리아 등을 여행하고 돌아와 양성 판정을 받은 26세 베트남 여성(17번째 확진자)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재확산 흐름이 이번 협상의 마지막이자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에선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유럽을 여행한 뒤 귀국한 슈퍼전파자 개인에 대한 비판이 폭발하고 있다. 이처럼 예민한 시기에 한국 기업인 입국을 허용한다면 비판의 흐름이 베트남 정부로 옮겨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적어도 베트남 정부가 당장 허용 결정을 발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슈퍼전파자인 17번 확진자는 이날까지 직접 접촉을 통해 자국 내에서만 외국인 관광객 등 15명에게 코로나19를 옮겼다. 여기에 슈퍼전파자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하노이로 입국한 뒤 유람선을 타고 캄보디아로 건너간 영국인 1명도 최근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으며, 이날 유명 관광지 다낭시에 거주하는 29세 여성도 직접 감염된 외국인 관광객과 2차 접촉을 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베트남 정부는 이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건강확인서를 받고, 감염 의심 지역까지 즉시 폐쇄ㆍ격리하는 등 강경한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만약 건강확인서 제출을 거부하거나 비협조적 태도를 보일 시 강력한 처벌도 예고했다. 베트남 외교가 관계자는 “베트남 슈퍼전파자 사태는 이번 주말이 분수령”이라며 “코로나19 확산세가 한 풀 꺾이고 베트남인들의 전염병에 대한 공포심이 줄어야 한국 기업인들에 대한 예외적 입국 허용 조치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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