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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무서워” 외국인 노동자 출국 행렬... 농촌ㆍ공단 속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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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무서워” 외국인 노동자 출국 행렬... 농촌ㆍ공단 속탄다

입력
2020.03.12 01:00
수정
2020.03.12 08:4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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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 체불에도 “돌아가겠다”... 불법체류 자진신고 5배 급증 

 농번기 다가오는데 속수무책…“공장 멈춰야 할 판” 하소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 중인 1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 출국을 서두르는 중국인 불법체류자들과 비자 기한이 만료된 관광객들로 혼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 중인 1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 출국을 서두르는 중국인 불법체류자들과 비자 기한이 만료된 관광객들로 혼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귀국을 미루다 불법체류자로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기 까지 했던 외국인 노동자 A(48)씨는 최근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다. 지역 이주민센터의 도움으로 임금을 받을 때까지 한국에 머무를 수 있게 됐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 돌연 출국을 결정했다. 1,000만원이 넘는 체불 임금은 계좌이체를 통해 받기로 했다. A씨는 “임금체불을 해결해줘 고맙다”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코로나 때문에 불안해서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불법 체류자는 물론 합법적으로 입국했던 외국인들도 속속 출국 대열에 합류하면서, 외국인 노동자에 크게 의존하던 농촌이나 소규모 제조업은 일손 부족으로 비상이 걸렸다.

11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자진신고를 통해 출국한 불법체류자는 매주 1,000명 안팎이었으나,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한 2월 마지막 주 5,000명을 넘어섰다. 정확한 통계가 아직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정식 취업 비자를 받고 일을 하던 외국인까지 귀국 행렬에 가담하고 있다는 게 외국 인력 노동시장 주변의 이야기다. 인력업체 관계자들은 “아직 비자 기간이 1년 이상 남았는데도 귀국을 서두르는 이들이 많다”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신규 유입은 아예 끊겼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엑소더스는 신종 코로나 사태에 대한 불안감 탓이 크다. 입국 이후 집단 기숙사생활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 입장에서는 마스크 하나 구하기도 쉽지 않은 형편인데, 불법 체류자의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되기라도 한다면 검사나 치료를 받기 전에 강제출국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태국인 인력소개업을 하는 D(49)씨는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모두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떠나면서 우선 농어촌이 직격탄을 맞았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농ㆍ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은 4만4,000여명으로 전체 농림ㆍ어업 인구(121만7,000명)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월급을 20만~30만원 높여 불러도 인력을 구할 수 없다고 한다.

대구ㆍ경북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경북 예천에서 참외농사를 짓는 김모(39)씨는 “3월에 외국인 노동자 20명이 오기로 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귀국을 했거나, 경북 쪽은 오기가 꺼려진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수확기에 접어들었는데도 아직 4명밖에 못 구했다”고 애를 태웠다.

최근 전남 고흥군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31명이 집단 출국하는 등 코로나19 불안감에 출국 행렬은 이어지고 있는 반면, 국내 농촌에서 3~5개월 가량 일하는 계절근로 참가자들의 입국이 코로나19 탓에 미뤄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베트남의 경우 국내로 오는 항공편이 막혔고, 필리핀 일부 주(州)에서는 계절근로 도입을 연기하고 있다”면서 “농가의 필요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를 배정한 만큼 입국이 안 되면 농업분야 타격이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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