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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감염 차단ᆞ건강 보호에 노동자 ‘신분’ 차별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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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감염 차단ᆞ건강 보호에 노동자 ‘신분’ 차별 있어선 안 된다

입력
2020.03.12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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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서 열린 코로나 확산 위험 지대 콜센터 노동자 증언 및 기자회견에서 노조 관계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서 열린 코로나 확산 위험 지대 콜센터 노동자 증언 및 기자회견에서 노조 관계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콜센터 상담원들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되면서 감염병에 쉽게 노출되는 ‘재난 취약 노동자’들의 현실이 드러났다. 구로 콜센터는 고객 대응 전문 외주업체가 운영한다. 회사 측은 코로나 사태 이후 상담 중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지만 마스크를 쓴 채 오랜 시간 통화가 어려운 상담원들의 현실을 충분히 살피지 않았다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공공기관 콜센터를 제외한 전국 95% 이상 콜센터가 하청업체 소속이다. 성과에 따라 원청업체와의 재계약이 결정되기 때문에 하청업체들이 노동자의 건강보다는 비용이나 고객 서비스 질 문제 등을 우선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다. 상담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일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밀폐된 사무실 환경, 영업실적과 하루 콜 소화량에 따라 등급이 정해지고 월급이 달라지는 여건에서 재택근무나 연차사용 등도 이들에겐 언감생심이다. 정부 권고대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불가능한 셈이다. 유급휴직, 가족돌봄, 재택근무는 물론 ‘마스크 복지’에도 적극적인 대기업ㆍ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여건과는 대조적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콜센터 상담원 집단감염은 ‘예고된 인재(人災)’로 원ᆞ하청 업체가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용역ㆍ파견 업체의 비정규직 등이 재난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위험의 외주화’는 이번뿐 아니다. 지난달 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사측은 정규직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선별 진료를 받도록 했지만, 사내 하청 비정규직들에게는 마스크조차 지급하지 않았다. 이후 마스크가 지급됐지만 정규직들에게는 방진마스크, 비정규직들에게는 방한용 마스크가 지급되기도 했다. 코로나 대응 계획을 수립할 때 협력ㆍ파견ㆍ용역 업체 노동자들을 포함하도록 한 고용노동부의 지침을 무색하게 하는 일이었다.

평소 정규직ᆞ비정규직 노동자 간 후생 복리 격차는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 사태 같은 재난에 취약한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공동체의 건강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정부와 기업은 명심하고, 이들을 위한 방역 지원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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