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승부처 미시간 등서 승리… 경선 승리 거의 굳혀
노동자 계층서도 밀린 샌더스엔 중도하차론까지 나와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니 화요일’ 승부에서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압승을 거뒀다. 일주일 전 ‘슈퍼 화요일’ 역전에 이은 이날 승리로 바이든 부통령이 ‘원 톱’을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샌더스 의원은 지지층으로부터도 본선 경쟁력을 의심받으면서 중도하차 가능성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경선이 치러진 6개 주(州) 가운데 최대 승부처로 꼽힌 미시간을 비롯해 미주리ㆍ미시시피ㆍ아이다호 등 4곳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지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샌더스 의원의 강세지역인 서부 워싱턴주에서도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샌더스 의원이 분명한 우위를 보인 곳은 노스다코다뿐이었다. 4년 전 미시간ㆍ워싱턴ㆍ아이다호ㆍ노스다코다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승리했던 것에 비하면 참패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니 화요일 경선까지 포함해 대의원 확보 수에서 샌더스 의원에 200명 가까이 앞서게 됐다. 11일 오전 2시 현재 823명이어서 과반(1,991명)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슈퍼 화요일에 이어 미니 화요일 승부까지 완패한 샌더스 의원이 판세를 뒤집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이날 여론조사 집계에 따르며 바이든 전 부통령은 53.5%의 지지로 샌더스(35.5%) 의원을 큰 격차로 앞서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원들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2016년 경선과 같은 장기전을 피하고 빨리 후보를 중심으로 단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일전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는 뜻을 보여왔다”며 “당 관계자들은 사실상 승부가 결정났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도 이를 감안한 듯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가진 승리 연설에서 “샌더스와 그의 지지자들의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와 열정에 감사한다”면서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우리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것”이라고 역설했다.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은 것으로 보고 당의 단합을 호소하며 샌더스 의원 지지층 끌어안기에 나선 것이다. 2016년 격렬한 경선 이후 당내 분열을 극복하지 못했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긴 행보다.
반면 샌더스 의원은 침묵했다. 캠프 관계자는 향후 계획에 대해 “그가 얘기할 것”이라고만 말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샌더스 지지 인사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어떤 말로도 포장할 방법이 없다”며 좌절감을 드러냈다. 샌더스 의원은 15일로 예정된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양자 TV토론을 반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겠지만 이날 참패의 후유증이 커 동력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미시간에서의 완패는 샌더스 의원에게 치명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남부지역 유세를 포기하면서까지 미시간에 집중했지만 큰 격차로 뒤졌다. 미시간은 이날 경선지 중 대의원 수(125명)가 가장 많을 뿐 아니라 본선에서도 승부처로 꼽히는 대표적인 경합지역이다. 다양한 인종과 소수민족이 존재해 미 전역의 인구 구성비가 잘 반영돼 있고 디트로이트 공장지대 노동자층 표심도 확인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샌더스 의원은 결국 핵심 기반 중 하나인 노동계층에서도 밀렸다. 레이스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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