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확진자 이전 ‘증상 환자’ 확인… 발병일 분석해 최초 감염자 추적
대중교통망 통한 확산 우려 불구 접촉자 찾아내기는 현실적 어려움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로 수도권 방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국민 과반이 거주하는 수도권 방역망이 뚫릴 경우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 보건당국으로서는 감염경로를 밝히기 어려운 가운데 대중교통망 등에서 콜센터 확진자와 접촉한 불특정다수를 추적해야 하는 만만찮은 숙제를 안게 됐다. 콜센터 확진자들과 그들의 접촉자, 그로 인한 의심환자들을 얼마나 빨리 추적해 격리하느냐에 따라 수도권 방역의 향배가 갈릴 전망이다.
11일 보건당국과 서울시에 따르면 99명이 집단감염 된 구로구 콜센터의 최초 확진자(8일 양성판정)는 4일 증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그 전에 이미 이곳의 일부 직원이 신종 코로나 증상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초 확진자보다 더 이른 시기에 신종 코로나 증상을 보인 환자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콜센터 직원 53세 여성은 지난달 28일, 양천구 거주 48세 여성 직원 역시 지난달 29일 인후통 증상을 보였다. 밀폐된 공간에서 1m 간격으로 앉아 근무해 온 이곳 직원들은 물론, 이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열흘 넘게 불특정다수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감염경로에 대해 정 본부장은 “확진자의 발병일을 분석하면 누가 콜센터 집단감염의 최초 환자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원을 찾더라도 확산 경로 추적은 난관이 예상된다. 이미 콜센터 확진자들의 거주지가 서울ㆍ인천ㆍ경기 등 26개 시ㆍ구에 걸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대중교통망을 통한 전방위적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아직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구로구 콜센터 확진자들은 신종 코로나의 전염력이 가장 높은 발병 초기 지하철ㆍ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했다. 이들이 이용한 구로역과 신도림역은 하루 평균 각각 약 2만명, 12만명이 지하철을 타고 내릴 정도로 교통중심지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에서 접촉자를 가려내고, 이들이 얼마나 노출됐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대중교통ㆍ다중이용시설에 함께 있었던 간접 접촉자 대신, 전염 가능성이 보다 높은 확진자의 가족ㆍ지인 등 직접 접촉자 파악과 격리에 우선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콜센터 관련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직원 80명 안팎과 그들의 가족들이다. 정 본부장은 “확진자들의 동선을 파악해 이동경로가 겹치는 집단시설에 대해선 접촉자 추적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동선 파악을 통한 추가 확산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확진자들이 이미 100명 안팎에 이르고 이들이 곳곳에서 백화점ㆍ마트ㆍ사우나 등 여러 곳의 다중이용시설에 들렀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접촉자 파악에 시일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관 등 밀페공간에서 노출된 접촉자 중 확진된 경우가 그간 많지 않았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지만, 이들 접촉자들을 통한 2차, 3차 확산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중교통이나 다중이용시설에서 노출된 이들이 감염되고,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 머물렀다면 또 다른 집단감염이 반복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 2,600만명이 모여 사는 수도권에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그 확산속도는 들불처럼 번질 수 있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1㎢당 1만6,034명으로 지금까지 가장 다수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1㎢당 2,773명ㆍ2018년 기준)의 5.8배에 달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도 “수도권에서 본격적인 유행이 시작되면 요양시설과 병원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사망자도 늘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정 본부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위험도가 높은 접촉자부터 파악하고 조치하는 쪽으로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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