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한국사회 이단 종교 문제 노출”
“우리는 그저 전도(傳道) 로봇에 불과했어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전 신도 이모(24)씨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털어 놓은 고백이다. 자신이 무얼 먹는지는 신경도 안쓰면서 오직 전도를 위해 있는 돈 전부를 쏟아 부었다고 이씨는 회상했다.
신천지가 한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유력 외신도 비밀과 의문이 가득한 이 종교단체의 실체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NYT는 10일(현지시간) 기사에서 신천지가 어떻게 한국사회 곳곳에 침투할 수 있었는지, 과정과 사회적 배경을 집중 조명했다.
우선 세뇌와 거짓말이 신천지의 기본 전략이라고 신문은 진단했다. 신도들은 우연을 가장해 무료 타로카드와 성격 테스트 등을 내밀며 ‘심리적으로 연약한’ 이들에게 접근한다. 정모(25)씨는 2016년 신천지와의 첫 만남을 또렷이 기억한다. “다정해 보이는 여성 두 명과 20대 남성이 영화 대본에 관한 품평을 요청했어요. 당시 자존감이 상당히 낮은 상태였던 터라 친절한 신천지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국내 언론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추수꾼 전략’도 신천지의 교세 확장 수단이다. 신천지 내부 강의 영상 자료를 보면 전도 전문 강사는 “기존 교회를 삼키는 게 빠르다”고 대놓고 교육한다.
NYT는 신천지 신도들이 전도에 열성인 이유를 신심(神心)에 근거한 자발적 행동이 아니라고 봤다. 노상 전도 노력과 포섭된 인원 수 등이 담긴 일일 경과보고가 교회 성경교육 수료 여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도들은 수료를 하지 못하면 정식 회원이 되지 못한다. 다단계 판매처럼 회원이 되기 위해 전도를 수단으로 삼는 셈이다. 전 신도 김모(58)씨는 “(취업 등) 기회의 문이 좁아져 힘들어 하는 젊은이들이 영생을 얻을 수 있다는 꾐에 쉽게 넘어간다”고 말했다.
가정불화로 인한 가출은 결국 가족해체로 이어진다. 스물 다섯살 딸을 둔 최모(56)씨는 매체와 인터뷰에서 “딸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는지, 건강한지, 살아있는지도 모른다”고 울먹였다. 역시 딸을 신천지에 내준 두모(64)씨도 “이제 남은 건 아이를 기억 속에서 지우는 일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NYT는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이단 종교’라는 한국사회의 해묵은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잦은 이단 출몰의 배경에는 지난 세기 전쟁과 빈곤 등을 거치며 선지자의 출현을 갈망한 한국의 독특한 역사가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100년 동안 한국에는 새로운 평화의 세계를 약속하는 120명의 ‘자칭 메시아’가 등장했다”고 했다. 이어 이들 중 일부가 사기나 성추문 혐의로 감옥에 가는 등 불명예스러운 말로를 맞이했음에도, 가짜 메시아의 ‘사도’들은 계속 퍼져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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