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인근 구로ㆍ신도림역 지나는 지하철 1호선 탑승객들 불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서울 구로구 콜센터 인근 직장인들이 패닉에 빠졌다. 콜센터 직원 상당수가 인근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혹시 출퇴근길에 확진자와 마주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 콜센터 근방에 회사를 둔 직장인 김모(32)씨는 11일 “출근을 안 할 순 없어서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오긴 했지만 이미 확진자와 접촉한 건 아닌지 불안하기 그지없다”고 하소연했다.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콜센터 확진자 상당수는 출퇴근 시 지하철 1호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 구로구 콜센터가 구로역과 신도림역 사이에 위치해 있어, 대부분 콜센터 직원들이 두 역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양시가 공개한 확진자 동선을 보면, 안양에 거주하는 4명의 40~50대 여성 콜센터 직원은 집에서 가까운 안양역, 석수역, 명학역 등에서 전철을 타고 구로역에서 하차해 400m거리의 콜센터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최근 동선이 공개된 노원구 거주자도 지난 5,6일 지하철을 타고 구로역에서 내려 사무실로 출근했고, 인천 부평구에 사는 직원 4명도 6일 구로역을 이용했다.
문제는 구로역이 출퇴근 시간 극도로 혼잡한 역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지난 5일과 6일 구로역을 오고 간 승객 수는 하루 평균 2만8,000명에 달한다. 더구나 구로역 인근은 각종 회사가 밀집해 있다 보니 구로역을 향하는 1호선은 출퇴근 길에는 ‘지옥철’이라 불릴 정도다.
여기에 콜센터 직원들이 구로역을 주로 이용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자 인근 직장인들은 거의 패닉이 됐다. 이날 아침 출근길에 구로역을 이용했다는 최모(40)씨는 “콜센터 집단 감염 소식이 알려졌는데도 지옥철은 변하지 않았다”며 “짧은 시간도 아닌데 혹시 확진자와 마주친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했다. 구로역 인근 직장인 박모(34)씨는 “최근 확진자도 조금씩 줄고 정부도 건강한 사람은 굳이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 해서 지난주부터 마스크도 안 쓰고 지하철을 탔는데 콜센터 집단 감염 뉴스를 보고 마스크 안 쓰고 다닌 걸 뼈저리게 후회한다”고 말했다.
인근 신도림역도 비상이다. 신도림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12만 명이 이용할 정도로 혼잡한 지하철 역 가운데 하나다. 아직 동선이 공개되지 않은 확진자 중 신도림역으로 출퇴근한 직장인도 상당수로 추정되고 있다. 신도림역 인근에서 근무를 하는 직장인 김모(36)씨는 “콜센터와 신도림역 거리가 가까운 만큼 신도림역으로 출퇴근한 분들도 있을 거 아니냐”며 “회사가 작아 재택근무를 못 하는 게 화가 난다”고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중교통을 꺼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서울 노원구에서 종로구의 회사로 다니는 이모(50)씨는 “구로 콜센터에서 집단 감염된 이들이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했다는 걸 알게 된 이후 대중교통이 꺼려져 요즘은 길이 막혀도 무조건 승용차를 타고 출근한다”고 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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