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이 쏘아 올린 예능가의 트로트 열풍이 여전히 뜨겁다. 꺼냈다 하면 시청률을 보장해주는 시청률 보증수표가 됐지만, 한 편으론 지나치게 특정 소재에 의존하는 예능가의 민낯이 또 한 번 염증을 유발하고 있다. 과연, 트로트는 언제까지 예능계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을까.
지난 해 2월 첫 선을 보였던 TV CHOSUN의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은 그간 국내에서 ‘특수 장르’로 여겨져 왔던 트로트를 대세로 급부상시켰다. 당시 ‘미스트롯’은 신드롬급 인기 속 자체 최고 시청률 18.1%를 기록하며 ‘역대급 기록’이라는 평가와 함께 막을 내렸다.
‘미스트롯’의 인기에 힘입어 남성 출연자들과 함께 출발을 알린 ‘미스터트롯’은 그야말로 기록적인 성적을 낳으며 매 회 시청률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1월 첫 방송 시청률 12.5%로 출발한 ‘미스터트롯’은 지난 5일 방송된 10회 당시 자체 최고 시청률인 33.8%를 기록하며 종편, 지상파 사상 유례없는 예능 ‘초대박’에 성공했다.
트로트가 ‘주류 문화’로 떠오르고, 성별과 연령을 불문하고 트로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 방송사들 역시 ‘트로트 예능’에 숟가락을 얹기 시작했다. MBN ‘트로트퀸’ ‘라스트싱어’, MBC에브리원 ‘나는 트로트 가수다’를 비롯해 지상파인 SBS ‘트롯신이 떴다’까지 트로트를 소재로 한 예능들이 우후죽순으로 탄생한 것이다.
트로트 예능이 우후죽순으로 탄생하는 가운데에도 이들의 성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4부작 스핀오프 형태로 선보인 ‘트로트퀸’의 경우 자체 최고 시청률 4%를 기록했으며, ‘트롯신이 떴다’의 경우 첫 방송 14.9%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트로트가 주 소재인 예능은 아니지만, MBC ‘편애중계’ 역시 2%대에 머무르던 시청률이 지난 달 말 트로트 신동을 발굴하는 서바이벌이 시작된 이후 6%대까지 치솟았다. 현 예능 시장에서 트로트는 ‘믿고 쓰는’ 시청률 치트키가 됐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시청률에 웃는 채널의 입장과 달리,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과하게 편중된 트로트 예능에 대한 볼멘 소리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트로트 열풍에 편승해 너도나도 트로트를 예능 소재로 소비하면서, 초기 트로트 예능들이 가졌던 신선함과 재미가 반감 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반응은 ‘언제까지 트로트 예능이 성공 보증 수표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현재 종편, 케이블을 비롯해 지상파까지 ‘트로트’ 붐에 편승하며 예능의 다양성은 대폭 축소된 모양새다. 이는 관찰, 먹방, 육아 예능이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국내 대부분 예능이 이 같은 흐름을 따라갔던 씁쓸한 전례를 떠오르게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트로트 예능에 대한 방송계의 시선은 긍정적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TV 주 시청 타깃층인 3~50대 여성인 상황 속에서, 주요 시청층이 트로트에 대한 니즈가 있다 보니 해당 소재를 중심으로 한 예능들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여기에 아직까지는 일정 수준의 시청률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다양한 트로트 소재 예능들이 론칭 중”이라며 “여전히 수요가 존재하는 만큼, 당분간은 트로트 예능의 인기 흐름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물론 적어도 지금까지, 그리고 당분간은 트로트가 예능계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육아, 관찰 예능 등이 그랬듯 언젠가 트로트 역시 식상하기 짝이 없는 소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별한 차별점 없이 눈 앞의 성과에 취해 ‘찍어내기 식’ 소비를 이어가는 한 트로트 부흥기의 몰락은 더욱 빨리 찾아올 것이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