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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연합, ‘배임횡령죄 이사 제한’으로 조원태 저격

입력
2020.03.11 10:31
수정
2020.03.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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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 일감 몰아주기’ 대법원 계류 중

에어버스 리베이트 의혹 제기도 같은 포석

조현아(왼쪽)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조현아(왼쪽)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3자 연합(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불거진 ‘에어버스 리베이트 의혹’에 이어 새로운 변수가 급부상했다. 지난달 13일 3자 연합의 주주제안 중 ‘배임ㆍ횡령죄’와 관련된 이사 자격 제한 조항이 조 회장의 이사 자격을 박탈하기 위한 포석인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3자 연합이 조 회장의 리베이트 연루 의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것 역시 ‘배임ㆍ횡령죄’와 연관 지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3자 연합은 지난달 13일 한진칼에 ‘배임ㆍ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받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회사의 이사가 될 수 없으며, 이사가 된 이후에 이에 해당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직을 상실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정관 변경안을 제안했다.

오는 27일 열릴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될 이 정관 변경안은, 당초 ‘배임ㆍ횡령죄’만 특정함으로써 조 전 부사장이 이사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둔 ‘꼼수’라는 의혹을 받았다. 조 전 부사장은 형법(폭언 및 폭행), 관세법,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배임ㆍ횡령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3자 연합이 정관 변경안에 ‘배임ㆍ횡령죄’를 못박은 진짜 이유는 조 회장이 이번 주총에서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자격을 상실하게끔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 회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2016년에 검찰에 고발한 ‘일감 몰아주기’ 사건에 연루돼 있다. 당시 공정위는 계열사 내부 거래로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혐의로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에 총 14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한항공 법인과 조 회장(당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에 대해 서울고법은 2017년 증거 부족을 이유로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줬고, 이 사건은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3자 연합 관계자는 "만약 대법원에서 이 사건을 파기환송해 고법으로 돌려보낼 경우 조 회장이 배임·횡령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며 "결론이 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이번에 정관을 변경하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조 회장이 이사 자격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3자 연합이 수위를 높여가며 조 회장의 ‘에어버스 리베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비난을 이어가는 것도 ‘배임ㆍ횡령죄’를 통한 이사 자격 상실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배임ㆍ횡령죄’를 특정해 이사 자격을 제한하는 3자 연합의 정관 변경안이 조 회장을 향한 칼끝이라는 해석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건은 이미 1, 2심에서 대한항공이 이긴 사안”이라며 “리베이트 의혹에도 현 경영진은 어떤 관련도 없기 때문에 조 회장이 정관 변경안 때문에 이사직을 상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관 변경안은 주총 특별 결의사항으로 참석주주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하며, 이 찬성 인원의 주식수가 발행 주식의 3분의 1이상이어야 한다. 따라서 주총 의결권 기준 31.98%를 확보한 3자 연합으로서는 소액주주 등의 동의를 더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KCGI는 최근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조 후보자는 사익편취 행위로 공정위와 검찰의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고, 인하대학교 부정입학 관련 행정 소송 중에 있으며,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며 한진칼 측의 안건에 '반대' 의견을 위임해달라고 요청했다.

3자 연합이 최종 확정까지 최소한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조 회장의 횡령ㆍ배임죄 여부까지 고려해 정관 변경안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양측의 장기전 준비 태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회장 측은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총수 일가 지분(22.45%), 델타항공(14.9%), 카카오(2%),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우리사주조합(3.80%) 등 총 43.15%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보이며, 최근 한진칼 지분 0.25%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GS칼텍스도 조 회장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서는 3자 연합은 조 전 부사장(6.49%), KCGI(17.68%), 반도건설 계열사들(13.3%)을 더해 37.63%의 지분을 확보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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