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보다 불발탄 피해자 더 많아
경기도 접경지역에서 지뢰·불발탄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 대부분이 관련 절차를 몰라 보상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의 과반수는 사고 당시 10대 이하 청소년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경기도가 지난해 9월 2일부터 12월 27일까지 사단법인 평화나눔회를 통해 파주, 연천, 김포 등 도내 접경지역 거주 도민 중 6.25 전쟁 이후 195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지뢰·불발탄으로 피해를 입었던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조사는 지역별 데이터, 문헌(신문 등)자료, 신고 및 제보 등을 토대로 발굴한 637명의 피해자를 전화 및 방문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총 조사 대상자 637명 중 지뢰사고 피해자는 291명(45.7%), 불발탄 피해자는 346명(54.3%)으로 확인됐으며 이 중 남성 피해자가 579명으로 91%를 차지했다.
사고발생이 잦았던 시기는 6.25 전쟁 이후인 50~60년대로 63%(321명)가 피해를 입었고, 이어 70년대 15%(94명), 80년대 13%(86명), 90년대 3%(16명) 순으로 확인됐다. 가장 많은 피해 연령대는 10대 이하 청소년으로 약 51%(324명)로 조사됐다.
전체 사고자의 47%(301명)는 사고로 사망했으며, 53%(336명)의 생존자 역시 다리·손 절단, 실명, 청각장애 등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많은 생존자들이 우울증(30%), 불면증(21%), 악몽(18%), 알코올중독(6%) 등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고 가정의 48.8%가 생계곤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 같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응답자의 54.6%가 생계비 지원, 37.9%가 의료비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반면에 피해자의 99%(628명)가 사고를 당했음에도 관련 절차를 몰라 보상청구 또는 소송을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도는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절차를 안내했으며, 국방부 측에도 조사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여기에 현 제도상 지원제외 대상인 불발탄 피해자들 역시 법에 의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중앙정부 등에 건의할 계획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번 실태조사가 특별한 희생을 감내해온 지뢰·불발탄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방안 마련과 사각지대 해소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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