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ㆍ5세ㆍ3세 어린 자녀 포함
“사고 한 시간 전 굉음 들려”
함께 묵었던 삼촌만 빠져 나와
붕괴 72시간 지나… 생사 불투명
“형과 일가족 5명이 잿더미 안에 아직 갇혀 있어요. 꼭 구해주세요.”
중국 푸젠성 취안저우시 호텔 붕괴현장에서 혼자 살아남은 차이즈량(蔡子良)씨는 사고 당시의 기억이 한스럽기만 하다. 함께 호텔에 격리돼 있던 형 차이즈양(蔡子陽)과 형수, 조카 3명은 아직 잔해 더미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조카는 남아 2명, 여아 1명으로 나이가 7세, 5세, 3세에 불과하다. “사고 다음 날 아침에 격리가 해제돼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었어요.” 차이씨는 목이 매 말을 다 잇지 못한 채 눈물을 떨구었다고 신경보 등 중국 매체가 11일 전했다.
차이씨와 형은 후베이성 출신이다. 춘제(春節ㆍ설)를 보내려고 고향에 갔다가 2월 22일 취안저우로 돌아왔다. 형과 가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집에서 14일간 격리하면 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일가족 모두 호텔에서 집중 격리해야 한다”고 전했다. 후베이성 출신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호텔 5층에 묵었다. 차이씨는 514호, 형네 가족은 507호에서 격리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7일 오후, 차이씨는 저녁식사용 배달 음식을 주문했다. 8일 아침에 격리 해제돼 가족 6명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 만큼 호텔에서 먹는 마지막 저녁이었다.
오후 6시쯤 호텔 건물이 갑자기 흔들렸다. 굉음이 들렸지만 곧 진정돼 주변이 잠잠해졌다. 호텔 5층 건물 안에 갇혀 2주간 밖에 나갈 수 없던 터라 상황 파악이 여의치 않아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오후 7시가 넘은 시간, 건물 전체가 다시 심하게 흔들렸다. 천장이 내려 앉으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차이씨는 허둥지둥 5층 입구를 향해 뛰어갔다. 입구에 다다를 무렵 충격을 받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오후 9시쯤 됐다. 쓰러진 몸 위로 잔해가 짓눌러 왼발이 깔렸다. 하지만 숨 쉴 공간은 있었다. 그제야 형네 가족이 생각나 옆에 떨어져 있는 휴대폰으로 형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이고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그때 구조대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후 10시쯤 차이씨는 구조됐다. 온몸 여러 군데가 골절상을 입었고, 2년 전에 다쳤던 왼쪽 다리가 또다시 부러진 상태였다.
구조대원들은 사고 후 사흘이 지났는데도 차이씨의 형과 가족들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차이씨는 폐허가 된 건물 사진을 보면서 “호텔이 형네 가족이 묵었던 객실 쪽으로 붕괴돼 내 방 쪽은 들려 있어 난 살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10일 오전 어린 남매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차이씨는 놀란 마음에 달려갔는데, 다행히 조카들은 아니었다. 어느새 재난구조의 골든타임이라는 72시간도 하염없이 지나갔다. 시 당국은 “호텔에 묵었던 71명 가운데 아직 9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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