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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처럼… 한양 육조거리, 올해 가상현실로 복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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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처럼… 한양 육조거리, 올해 가상현실로 복원된다

입력
2020.03.11 09:00
수정
2020.03.1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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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2020년 업무 계획… 2022년까지 300억 투입해 ‘한양도성 타임머신’ 사업

이탈리아 ‘Rome Reborn’ 프로젝트의 3차원(3D) 모델링을 통해 디지털로 재현된 고대 로마. 문화재청 제공
이탈리아 ‘Rome Reborn’ 프로젝트의 3차원(3D) 모델링을 통해 디지털로 재현된 고대 로마. 문화재청 제공

‘고대 로마처럼….’

올해부터 3년간 광화문과 서울역, 동대문 등 한양도성 주변의 조선시대 문화유산들이 디지털 기술로 복원된다. 보호하지 않으면 망가지거나 사라질 수 있는 역사 유적이 뭐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전수조사가 앞으로 5년간 이뤄진다. 11일 문화재청은 이런 내용이 포함된 2020년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한양도성 권역 내 600년 조선 문화유산 관련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ㆍ실제 모습에 추가 정보만 가상으로 구현) 등 ‘실감 콘텐츠’를 제작하는 ‘한양도성 타임머신’ 사업에 올해부터 2022년까지 정부 예산 300억원이 투입된다.

사업 첫해인 올해 복원 대상은 광화문과 사직단, 종친부, 육조거리, 경복궁이다. 빅데이터와 ‘4차원 모델링’(정밀 실측ㆍ복원을 통한 유적ㆍ건조물의 재현)에 기초한 AR 콘텐츠 5건과 VR 콘텐츠 5건이 올해 만들어진다. 들어가는 예산은 100억원이다. 같은 방식으로 내년에는 덕수궁과 정동, 숭례문, 서울역, 환구단, 서대문이, 2022년에는 창경궁과 창덕궁, 종묘, 동대문이 각각 가상 공간에 구축된다.

문화재청은 한양도성 타임머신 사업을 마무리한 뒤 2023년부터는 경주ㆍ공주ㆍ부여ㆍ익산 등 고도(古都)를 대상으로 디지털 복원 사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문화재청은 수원 화성 축조 과정 등 문화유산을 국민이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갖도록 하는 데 필요한 문화재 가상체험 콘텐츠와 유ㆍ무형 유산 통합 콘텐츠를 지속 개발ㆍ보급해 나가기로 했다.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비지정문화재까지 보호하기 위한 역사문화자원 전수조사도 올해 시작되는 핵심 사업이다. 2024년까지 5년간 들어가는 총 사업비는 233억원이고, 51억원이 올해 투입된다. 지상에 노출돼 훼손ㆍ멸실 우려가 큰 건조물과 역사유적이 조사 대상이다. 조사는 매년 지역별로 진행되는데, 대구ㆍ경북ㆍ강원 지역부터다.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기본 정보, 유형 정보, 활용 정보로 구분해 기초 자료를 만든 뒤 통합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해 설립 20주년을 맞아 6대 전략을 공개하면서 중요한 문화재를 중점 보호하는 ‘지정주의’에서 탈피해 국내에 있는 모든 문화재를 목록화하는 ‘목록주의’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올해가 한국전쟁 70주년과 4ㆍ19혁명 60주년인 만큼 관련 문화재를 조사해 목록화하고 재정비하는 사업도 본격 추진된다. 지방자치단체 추천과 전문가 논의를 통해 이뤄지는 한국전쟁 및 4ㆍ19 문화재 목록화는 한국전쟁 기록물, 참전용사와 납북자 유품, 유엔군 자료, 4ㆍ19혁명 전단과 참여자 문서 등이 대상이다. 한국전쟁 흔적인 비무장지대(DMZ)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DMZ 남측 지역 실태 조사와 잠정 목록 등재도 추진된다.

문화재 보존 정책에는 첨단 기술을 적극 적용하기로 했다. 고택 등 문화재 50건에 화재 예방을 위한 정보통신기술(ICT) 시스템을 설치하고, 폐쇄회로(CC)TV, 방재 인력, 돌봄 대상과 인력을 확충한다.

무형문화재 제도는 전수교육조교 대우를 개선하고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뀐다. 현재 보유자와 보유 단체만 갖고 있는 전수교육 권한을 전수교육조교에게도 부여하고, 각지에 있는 전수교육관 지원을 확대한다.

문화유산 활용 프로그램은 다채로워진다.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올해 처음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을 벌이고, ‘한국의 서원’을 활용한 세계유산 축전도 선보인다.

문화재 안내판 개선은 지속 추진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문화유산 교육과 활용 프로그램도 늘려나갈 예정이다.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시설 개선 작업도 계속된다.

궁궐과 조선왕릉은 더 친근하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유산이 된다. 경복궁 흥복전과 창덕궁 궐내각사, 덕수궁 덕흥전이 개방되고, 경복궁 야간 관람은 연간 71일에서 91일로 늘어난다. 경복궁과 창덕궁의 경우 관람료를 교통카드로 지불하는 시스템이 마련된다.

문화재 상태를 변경할 때 이를 허가하는 권한을 일부 지자체장에게 위임하고, 매장 문화재 조사비 지원을 확대한다. 지금껏 신청자에게만 공개한 문화재공간정보 원본 자료는 올해 전면 개방해 문화재 구역 위치와 정보 15만건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한국의 갯벌’과 ‘연등회’ 등 우리 문화유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도록 하기 위해서도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불편을 해소하면서도 국민들이 문화재를 일상 공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어가겠다”며 “궁궐과 조선왕릉을 국제 명품 브랜드로 만들고 세계유산 등재 확대 등을 통해 우리 문화유산의 세계적 입지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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