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각종 고발장이 검찰에 쏟아지고 있다. 마스크 사기 등 형사사법처리가 필요한 고발 건도 있지만, 정치ㆍ행정 영역의 사법처리와 직접적 연관이 없어 보이는 고발 건들도 다수 있어 ‘사법 과잉’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시민단체와 법조계 발표를 종합하면,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정치권ㆍ시민단체에서 제출된 고발장은 수십 건에 달한다.
보수 시민단체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신종 코로나와 관련된 행정을 지휘하는 정부 관계자들을 무더기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린 결과 시민 건강이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ㆍ박 장관ㆍ추미애 법무부 장관ㆍ박원순 서울시장ㆍ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그러나 ‘중국인 입국 금지가 방역에 필수적이다’라는 정치적 주장을 형사법적 사실로 상정하고 사법처리를 해야 할 일이냐는 의문이 적지 않다.
진보 시민단체에서는 신종 코로나와 관련한 정치적 문제를 사법으로 끌고 가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을 강제 수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고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1일 서울시는 이만희 신천지 총 회장을 살인 혐의로 고발했고, 이후 추 장관은 신천지 강제 수사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신천지에 강제 수사를 요청한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강제수사를 미룬 검찰의 결정이 직무유기라며 고발한 것은 과도한 반응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사실상 신종 코로나 방역과 관련 없이 ‘조 전 장관 대 윤 총장’ 구도의 정치적 대결에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권경애 변호사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시장의 고발 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이 윤 총장을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며 “재난을 윤석열 잡을 호기로 봤다”고 적었다.
이런 ‘고발 난타전’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방역과 관련한 문제를 무조건 검찰 수사로 풀겠다는 의도가 자칫 ‘검찰 공화국’의 재연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이 신천지에 대해 직접 강제수사에 나서라는 여권의 주문이 현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추 장관은 부임 후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를 강조해왔다. 검찰은 잇따르는 고발에 대한 수사 방향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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