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상승 최대 치적으로 홍보해와
시장 달래기 실패 땐 재선 빨간불
급여세 인하ㆍ중기 대출 등 거론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유가 급락 등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시장 달래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증시 상승을 최대 치적으로 홍보해온 터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다 집권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 참석해 감세와 유급 병가 등의 추진을 공식화했다. 그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을 만나 급여세 인하나 실질적인 감면 방안, 시급 근로자들에 대한 유급 병가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과 항공ㆍ여행ㆍ숙박업에 대한 지원을 거론하면서 “10일 기자회견에서 경제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경제 대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대하고 극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뉴욕증시가 개장 직후 7%대까지 폭락하는 등 시장이 크게 흔들리자 불안감 해소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 언론들은 급여세 인하와 함께 시급 근로자에 대한 유급 병가, 항공ㆍ여행ㆍ숙박업에 대한 세금 연기 등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근로자들의 소비 여력을 높이고 증상을 숨기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시장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조치를 꺼렸던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는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세 때문으로 보인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날 현재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717명, 26명이다. 특히 전날 하루에만 신규 감염자가 123명이나 폭증했고, 지역적으로도 수도 워싱턴을 포함해 전국 36개 주(州)에 걸쳐 환자가 발생했다. 더 이상 코로나19를 계절 독감에 빗대며 위험성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셈이다.
하지만 공화당 일각에서 감세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는데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민주당의 협조를 끌어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트윗에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석유 가격과 유통을 놓고 싸우는 것과 ‘가짜 뉴스’가 시장 하락의 이유”라며 시장 불안을 언론 탓으로 돌렸다. 심지어 코로나19 확진자와 같은 행사에 참석했던 의원들과의 접촉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며 고령자와 기저질환자는 위험할 수 있다는 보건당국의 경고를 앞장서 무시하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10일 기자회견이 시장의 공포감을 완화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물론 그의 모순된 대응이 재선가도에서 리스크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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