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법원 부장판사에게 제공되는 전용차량의 폐지 논의가 번지고 있다. 인사권을 통한 법관 줄세우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를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계기로 특혜 논란의 대상이 됐던 전용차량도 함께 폐지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10일 법원행정처 등에 따르면, 현재 대법원 규칙에 따라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법관에게 제공되는 전용차량은 137대. 기관장에게 제공되는 전용차량을 제외하고 재판부에 몸담은 고등법원과 특허법원 소속 고법 부장판사에 제공되는 전용차만 83대다. 정부 부처 차관급 대우를 받는 고법 부장판사들에게 주는 혜택으로, 1982년 12월 2일 법관관용차량관리규칙이 제정된 뒤 38년간 별다른 변화 없이 전용차 지원은 계속돼 왔다.
임차 형태로 운영되는 고법 부장 전용차량을 지원하는데 드는 예산만 매년 10억원 안팎이 소요된다. 여기에 정규직 공무원인 운전기사의 급여는 별도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고법 부장판사 등 관용차 운전기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고법 부장판사 전용차 기사들은 근무 연차와 직급별로 연봉 2,700만~6,000만원을 받는다.
고법 부장판사 제도의 폐지를 계기로 전용차 특혜도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법원 안팎에서 나온다. 서울고법 한 판사는 “전용차량이 결국 사법부 위상을 보여주는 예우 차원인데, 법원의 위상은 재판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판사들 생각이 주류가 된 지 오래”라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고법부장 승진제 폐지로 고위 법관 개인에게만 유용한 혜택을 제공할 명분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검사장 전용차량도 지난해 폐지된 마당에 고등 부장판사라고 전용차를 굴릴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한다.
전용차가 대부분 고법 부장판사(재판장)의 출퇴근과 개인 약속 장소 이동 등 사적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 또한 비판의 대상이다. 대전고법 소속 한 판사는 “출퇴근용의 기사 딸린 전용차 제공은 법원 운영에서 효율성도 없으며, 고등부장 개인이 누리는 실익도 크지 않은 만큼 다른 처우 보완 모색과 함께 전면적 개선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재판부 소속 고등부장판사 전용차 지원을 없애고 현장검증 등에 필요한 재판 업무용 목적의 법원 관용차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법행정 개선을 위한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사법행정자문회의는 4월 9일 회의에서 전용차 지원 개선책을 추가 논의할 예정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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