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층 빌딩 11층 위치, 좁은 칸막이 사이 1명당 공간 3.3㎡ 안돼
엘리베이터 같이 쓰는 사무실 비상… 오피스텔엔 140가구 거주
10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건물 정문엔 ‘임시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빌딩 11층의 에이스보험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가운데, 입주민들과 입주사 직원들은 바이러스 진단을 받기 위해 빌딩 1층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 장사진을 이뤘다. 방호복을 입은 방역당국 관계자들의 분주한 움직임 속에 행렬 가운데서는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앉은 콜센터 직원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일을 했다더라” “결국 터질 게 터진 거 아니냐”는 등의 수군거림이 들렸다.
집단 감염은 콜센터 직원들이 근무하던 11층에서 발생했다. 19층 높이의 빌딩 가운데 1~4층까지는 결혼 예식장, 13층 이상은 오피스텔로 사용되고 있으며, 7~9층ㆍ11층 4개층을 에이스손해보험의 하청을 받은 콜센터 업체가 쓰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콜센터의 경우, 대기업 본사가 직업 운영하는 형태는 적고 중소규모의 업체에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11층에서 근무하는 콜센터 직원은 모두 207명이며 등기부등본 상 11층 면적은 1102㎡(약 333평)이다. 엘리베이터 기준으로 한쪽은 콜센터 직원들의 칸막이가 다닥다닥 붙어 있고, 반대 쪽은 일반 사무직원들의 업무 공간이 배치돼 있다. 콜센터 직원들이 근무하는 공간은 1명당 3.3㎡(1평)에도 못 미치는 초(超)밀집 상황이다.
콜센터 직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근무하다 집단 감염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손영래 홍보관리반장은 “콜센터의 특성상 직원들이 마스르를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심명숙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장도 “업무 상 정확한 발음을 위해 마스크를 사용하기 어렵고, 좁은 공간에 수 십명이 밀집해 있어 누군가 감염되면 순식간에 확산된다”고 지적했다.
콜센터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사실이 알려지자 일대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11층 근무자 가운데 일부가 검사를 받았고, 콜센터가 다른 3개층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이날 서울시 주재 영상 대책 회의에서 “11층의 콜센터 근무자 207명 가운데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이 상당히 많고 검사를 받은 사람 중에서도 절반만 결과 나왔다”면서 “앞으로 (확진자가) 훨씬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방역당국은 콜센터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이 다른 층으로 번졌을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빌딩에서 운영중인 5대의 엘리베이터 가운데 결혼식 전용 엘리베이터 1대를 제외한 4대를 빌딩 입주사와 오피스텔 입주민이 함께 사용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로 사용되는 13~19층에만 140여 가구가 입주해 있다. 15층에 거주 중인 김모(39)씨는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누가 콜센터 직원인지 알 수 없지만 11층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사용해 걱정이 크다”고 불안해 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