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시즌부터 K리그의 심판배정 권한 및 운영 책임을 맡게 된 대한축구협회가 규정에 없는 심판강사진을 두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새로 임명된 강사진 가운덴 과거 심판 배정 과정에서의 부정으로 협회 공정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인물이 포함돼 자질 논란으로도 번졌다.
11일 복수의 심판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협회가 진행한 심판강사 충원 과정에서 심판규정에 어긋난 인선이 이뤄졌다. 본보 취재결과 협회는 올해 초 K리그 심판 단일화로 심판 발전을 위한 전문인력 보강을 목적으로 기존 전임강사 두 명을 기술 강사와 비디오판독(VAR) 강사로 나눠 배정하고, 기술과 VAR 강사아래 한 명씩의 보조강사를 새로 뒀다.
논란은 불과 3달 전 개정된 현행 심판규정에 없는 VAR 강사진 임명 과정에서 불거졌다. 심판규정상 심판강사는 전임강사와 1~3급 강사, 체력강사, 초빙강사, 레프리 코치로 구분해 임명하도록 돼 있지만, 규정 개정 없이 인선이 앞서면서 심판조직부터 규정을 쉽게 여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VAR 보조강사(협회는 ‘강사 보조’로 지칭)로 임명된 A씨의 공정위 징계 이력까지 드러났다. A씨는 약 2년 전 한 지역 축구협회 전무를 역임할 당시 고교축구 대회에서 자격 미달 심판이 배정된 데 따른 책임을 지고 벌금 3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심판규정상 전문축구 고등부 주심엔 2급 이상의 자격을 갖춘 심판을 배정해야 하지만, 3급 심판을 배정한 뒤 심판 배정 기록엔 경기에 배정되지 않은 2급 심판 B씨 이름을 기재한 일을 묵인한 데 따른 징계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심판계 일각에선 심판강사진 보강 필요성엔 충분히 공감하지만, 공정성ㆍ투명성을 높여가야 할 때 규정을 스스로 어기며 논란을 자처한 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협회는 이에 대해 “FIFA나 AFC에도 VAR심판강사에 대한 규정은 없는 실정”이라며 “(A씨의 이력에 대해)문제삼자면 충분히 삼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지난해까지 국제심판으로 활약한 데다 영어구사 능력이나 경험 등으로 비춰볼 때 최적의 자원이라는 판단이었다”고 해명했다.
K리그 전임심판과 국제심판을 거친 A씨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부심으로도 활약하는 등 국내 정상급 능력을 갖춘 심판으로 인정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징계를 받은 사건 당시 지역 심판들의 집단 보이콧으로 심판 수급이 어려웠던 배경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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