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부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이 넘는 주택을 구입하려면 예금잔액과 소득금액 등 증빙자료를 반드시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조정대상지역과 비규제지역에서 각각 3억원, 6억원 이상 주택을 구매할 때도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해 12ㆍ16 부동산 대책에 따른 후속조치다.
우선 규제 지역이 확대된다. 투기과열지구뿐 아니라 조정대상지역에서도 3억원 이상 주택 거래를 신고할 때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 외 지역은 6억원 이상 주택을 구입할 때 해당된다.
투기과열지구는 규제가 추가된다. 9억원 초과 주택을 구매할 때 자금조달계획서에 기재한 항목에 대한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9억4,798만원이다. 서울에 있는 아파트 중에 절반 이상이 증빙자료 제출 대상인 셈이다.
투기과열지구에는 서울을 비롯해 경기 과천과 성남 분당구, 광명과 하남이 포함되며 지방에선 대구 수성구와 세종이 지정돼 있다. 조정대상지역은 서울과 경기 고양(7개 지구), 과천, 광교지구, 구리, 남양주(별내ㆍ다산동), 동탄2, 성남, 수원, 안양, 용인 수지ㆍ기흥구, 의왕, 하남, 세종이다.
증빙자료는 자금조달계획서 항목에 따라 제출하면 된다. 부모 등에게 증여를 받아 주택구입자금을 마련했을 경우, 증여ㆍ상속세 신고서와 잔고증명서 등을 제출하는 식이다.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시점에 대출이 이뤄지지 않는 등 증빙자료가 없으면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국토부 또는 신고관청이 거래 완료 이후에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이에 응해야 한다.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과태료 500만원을 내야 한다.
자금조달계획서 신고항목도 세분화됐다. 편법 증여를 방지하기 위해 자금 제공자와의 관계 등 구체적인 사항을 기재토록 했다. 국토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가족 간 편법 증여 등 탈세가 의심된 서울 주택거래는 670건이었다. 이 밖에도 주택 매도자에게 자금을 어떻게 지급할 것인지도 자금조달계획서에 명시하도록 했다. 이것 역시도 향후 신고관청이 소명을 요구할 경우 입증해야 한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번 대책으로 거래절벽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가뜩이나 얼어붙어 있는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낼 것이란 이유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일 기준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100.9로 전주 대비 2.2 하락했다. 서울 강남지역은 91.1로 같은 기간 3.3 떨어졌다. 매수우위지수가 낮을수록 주택 매수문의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자금출처를 제대로 소명하지 않으면 세무조사까지 이뤄지는 상황이라, 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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