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전설적인 왕별들이 하나 둘씩 지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지난달 초 커크 더글러스가 세상을 떠난데 이어, 스웨덴 출신 명배우 막스 폰 시도우가 사망한 소식이 10일 전해졌다.
향년 91세로 영면한 폰 시도우는 젊은 세대에겐 다소 낯설겠지만 유럽과 할리우드를 넘나들며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문제작마다 모두 출연했던, 대단한 이력의 소유자다.
연기자 생활의 초창기였던 1950~60년대에는 유럽 예술영화, 그 중에서도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과 손잡은 ‘제7의 봉인’(1957년) ‘처녀의 샘’(1960년) ‘산딸기’(1967년) 등으로 처음 이름을 알렸다. 베르히만 감독과는 출신까지 같아 ‘베르히만의 페르소나’로 불리기까지 했다.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는 할리우드로 주요 활동 무대를 옮겼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공포영화의 영원한 바이블,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절정을 알렸던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1973년)에서 구마 신부 머린 역을 맡아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팔순의 나이에도 여전한 연기 열정으로 많은 배우들의 귀감이 됐다. 미드(미국 드라마)의 전설 ‘왕좌의 게임’(2016년)에선 세눈박이 까마귀 역을 맡아 노익장을 과시했다.
시도우가 선보였던 연기는 장르 불문, 캐릭터의 경중에 상관없이 언제나 어디에서나 ‘정석’ 그 자체였다. 자로 잰 듯 완벽하게 계산하고 연기하지만 결코 그 계산이 드러나지 않는, 말 그대로 정교하면서도 품격 있는 연기의 장인이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몸도 마음도 움츠러든 요즘, 명배우들의 계속되는 퇴장에 더욱 심란하기만 하다.
조성준 기자 when914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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