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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우의 Biz 잠망경] 코로나19, “이 어둠이 아무리 길어도 난 빛을 바라본다”

입력
2020.03.10 14:33
수정
2020.03.1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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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여파로 일본 정부가 무비자 입국을 중단한 9일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양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대폭 축소돼 비행기들이 주기장에 서 있다. 서재훈 기자
코로나19의 여파로 일본 정부가 무비자 입국을 중단한 9일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양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대폭 축소돼 비행기들이 주기장에 서 있다. 서재훈 기자

여행업자 고교동창의 단톡방 글 심금 울려

코로나19로 폭망했지만 희망 놓치지 않아

상황 끝나도 전후 복구사업 수준 노력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가 엉망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추경을 40조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청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박 회장은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상황으로 산업계의 피해가 전방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을 가리지 않고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행업체들은 잔인한 세월을 견디고 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이미 줄폐업했거나 고사 직전에 처한 상황이다. 더 이상 버틸 여력이 남아 있는 업체들이 많지 않다고 한다.

여행업을 하면서 위기에 처해있는 고교동창이 단톡방에 올린 글이 친구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잔인하고 힘들고 사실상 폭망했지만, 그럼에도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으려는 그의 몸부림이 절망적이고 안타깝다. 하지만 용기를 잃지 않고 희망을 찾으려는 그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그의 글을 소개한다.

“참으로 잔인하다. 우리는 2019년의 경기불황에도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 2020년이 시작되면서 희망을 가졌다. 터키, 다낭 등 많지는 않더라도 2~5월까지는 예약도 제법 있기에, 이제 여행산업은 바닥을 쳤고 나아지려나 하는 안도감에 놓였을 때 코로나19 사태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찬물을 끼얹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치명상을 입혔다.

구정 연휴를 지내고 출근했더니 전화가 빗발쳤다. 장가계와 호치민은 이상없이 출발 가능한지, 취소하면 비용을 얼마나 무는지 등을 물어보던 고객들도 갈팡질팡하다가는 결국 취소로 이어졌다. 여기에 신천지 신도 대규모 감염 문제가 불거지면서 여행 취소 대열에 기름을 부었고, 불까지 질렀다.

3월의 모든 여행은 나라와 상관없이 취소가 줄을 이었고, 4월 5월의 여행 건도 그랬다. 한국인의 입국을 거부하는 국가가 늘어나는 지금은 항공권마저도 끊겼다. 제대로 폭망이다. 여행사 일을 1989년에 시작해 IMF도 겪었고, 세월호도 겪었고, 사스 메르스도 겪었다. 참으로 힘든 시기였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산업이 여행업이다.

30년을 오직 여행업에 종사한 나로서는 모든 일들이 힘들었다. 하지만 힘들게 잘 버텨왔던 것처럼, 코로나19 사태도 잘 버틸 것이다. 긴급자금이라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광업에 종사하는 업체에 저리로 대출을 지원한다. 세월호 때 난 이 자금을 받아 유용하게 잘 썼다. 이번에 두 번째로 대출을 신청했다. 반드시 받아야만 한다. 그래야 내년 6월까지 버텨나갈 자금을 깔고, 당당하게 허리띠를 졸라 맬 것이다.

이 어둠이 아무리 길어도 난 빛을 바라볼 것이다. 태양을 가리는 먹구름으로 어둠이 찾아오지만, 이 암울한 어둠으로 그간 보지 못했던 새로운 빛을 보게 될 것이다. 난 반드시 그 빛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그러기에 내 미래는 밝다. 난 할 수 있다.”

그의 말처럼 이 어둠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렇다고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전쟁으로 치면 사실상 국가 전역이 초토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이탈리아는 확진자 숫자가 우리나라보다 많아졌다. 이탈리아에서는 “사실상 전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도 이미 위험지대로 들어섰다. 중국 한국 일본에 이어 미국 유럽까지 코로나19 방어에 실패하면 혼란의 깊이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의 현실화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가 방역에 성공하더라도 세계로 확산되는 감염은 세계 경제를 망가뜨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유가 폭락에 이어 세계 증시의 불안은 이미 팬데믹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의 위협이 매우 현실화했다”고 했지만 팬데믹을 선언하지는 않고 있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불과 한달 만에 세계 증시에서 7,000조원이 날아갔다고 한다. 여기에 팬데믹을 선언하는 순간, 그 선언만으로도 세계경제는 추가로 수천조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고 한다. 세계경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WHO가 팬데믹 선언을 꺼리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미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세계가 이미 팬데믹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역사상 최대 경제위기의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이다.

지금 사태가 사실상 전시상황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언제 전쟁이 끝이 날지 가늠할 수 조차 없다. 코로나19가 사라져 전시상황이 종료한다 해도 회복을 하려면 ‘전후 복구사업’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복구 대비를 철저히 하자는 다짐외에 뾰족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깝다.

조재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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