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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은 5분의 1 토막, 전화는 수백 통” 마스크 대란에 ‘1인 약국’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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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은 5분의 1 토막, 전화는 수백 통” 마스크 대란에 ‘1인 약국’ 비명

입력
2020.03.10 15:10
수정
2020.03.10 15:1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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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5부제 둘째 날… 품귀 여전

공적 판매 이후 약국 업무 부담 가중

마스크 담는 용기도 약사 사비로

“마스크 팔아 돈 많이 벌겠네” 시선에 상처

마스크 5부제 이틀째인 10일 서울 서초동의 한 약국 앞에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이승엽 기자
마스크 5부제 이틀째인 10일 서울 서초동의 한 약국 앞에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이승엽 기자

“월세 내기도 힘든데 ‘마스크 팔아 돈 벌어 좋겠다’는 일부 손님의 빈정대는 말에 더 상처 받아요.”

서울 서초동에서 혼자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최경선(46)씨는 ‘마스크 5부제’ 시행 이틀째인 10일 오전 공적 마스크를 2매씩 나눠 담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1인당 구매가능 수량은 2매인데, 마스크는 5매씩 한 상자로 입고되기 때문이다. 비닐 지퍼백에 마스크를 나눠 담는 데만 한 시간 넘게 걸렸다.

처방전 약 제조에다 쉴 새 없이 울리는 마스크 문의 전화 응대도 최씨 혼자 감당했다. 하루 수백 통의 전화에 목은 쉰 지 오래됐다. 응답을 녹음해서 틀어주는 법도 고민했지만 성의가 없는 것 같아 포기했다.

이런 최씨를 가장 압박하는 건 다음달 월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병원 환자가 준 탓에 조제 약 매출도 덩달아 급감했다. 한달 매출이 5분의 1 토막이 났으니 월세 마련도 버겁다. 고육지책으로 점심시간까지 포기하고 영업을 하지만 매출은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씨는 “소분용 지퍼백을 구입하고 카드 수수료, 세금 등 제하면 마스크 팔아 남는 게 별로 없다”며 “약사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고충을 몰라주는 게 가장 서글프다”고 토로했다.

1인당 일주일에 마스크 2매씩만 구입할 수 있는 마스크 5부제 시행으로 마스크 판매의 80%를 담당하는 약사들이 과중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약사 한 명이 운영하는 ‘1인 약국’은 마스크 판매에 치여 본연의 업무가 마비된 상황이다.

이날 다녀본 서울 서초구의 1인 약국 5곳은 공적 마스크 판매를 시작한 이후 매출이 평균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대로 마스크 판매로 인한 업무는 급증했다. 서울시약사회가 집계한 약국당 공적 마스크 판매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150분이다.

운영시간 내내 오는 문의 전화에, 5부제 관련 세부내용을 손님들에게 일일이 설명하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실제 업무 부담은 더 크다는 게 약사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마스크를 2매씩 나눠 담는 비용도 약사가 사비로 부담한다. 마스크 오염을 방지하는 지퍼백은 개당 100원 안팎이다. 하루에 마스크 250매가 입고되면 지퍼백 125장이 필요하다.

서초동에서 1인 약국을 운영하는 김모(41)씨는 “약 제조를 하며 전화를 받아야 하고, 마스크 판매를 위해 신분증을 확인하고 컴퓨터에 입력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면서 “손이 세 개였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마스크 5부제 시행 이틀째인 10일 서울 서초동의 한 약국 앞에 오후 1시부터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승엽 기자
마스크 5부제 시행 이틀째인 10일 서울 서초동의 한 약국 앞에 오후 1시부터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승엽 기자

이런 약사들의 마음을 더 할퀴는 건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손님들의 가시 돋친 말들이다. 5부제 시행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누그러졌다지만, 출생연도 끝자리가 2, 7년생만 구매가 가능한 이날도 마스크를 사지 못한 이들 중 일부는 “왜 이 약국은 항상 매진이냐” “내일은 몇 시부터 파는지 알려달라”며 약사를 몰아붙였다. 약사 이모(35)씨는 “마스크는 한 시간이면 다 팔리지만 남은 9시간 동안 ‘오늘 입고 마스크는 품절됐다’고 답할 수밖에 없는 게 고역”이라며 “약사들이 마스크를 숨겨놓는다고 의심하는 손님들도 있는데 참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1인 약국 등 일손 부족을 호소하는 약국이 속출하자 11일부터 2,500곳 이상에 지원 인력을 투입한다. 김태균 서울시 행정국장은 “마스크 공적 판매가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지원해 약국의 어려움과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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