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윤모(31)씨는 요즘 친구들과 메신저에서 자신들 회사의 ‘신종 코로나 복지’를 비교하기 바쁘다. 처음엔 유명 대기업들이 2, 3주간 재택근무를 실시한다는 뉴스를 본 윤씨의 “나도 재택근무 하고 싶다”라는 투정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얘기가 돌다 보니 유급휴가를 쓴다는 친구부터, 출퇴근 시간을 조정했다는 회사, 마스크를 일괄 지급했다는 회사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적극 대처하는 회사들이 은근히 많았다.
윤씨는 “부서 간 소통이 중요해 재택근무는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우리는 구내식당에서 비껴 앉는 정도를 제외하면 예방조치라 할 만한 게 없어 박탈감이 들었다”며 “이직을 준비 중인데 반드시 신종 코로나 때 어떤 처우를 했는지 알아보겠다”고 10일 말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계속되며 회사원들 사이에 ‘코로나 복지’가 직장 만족도를 가르는 기준으로 떠올랐다. 직장 내 집단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재택근무ㆍ유연근무ㆍ유급휴가를 장려하거나 출퇴근 시 택시비를 지원하는 회사도 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는 곳도 있어서다. 블라인드 등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기업별 코로나 대책을 비교하는 게시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 복지를 보면 좋은 직장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9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기업 856곳 중 재택근무를 시행한 비율은 29.8%다. 그외 기업들은 △마스크 착용 지시(31.2%) △무급휴가(6.1%) △유급휴가(5.8%) 등의 코로나 예방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여러 조치 중에서도 ‘마스크 복지’는 좋은 평가를 받는다. 사무직 김모(35)씨는 “매일 온갖 웹사이트를 전전해도 마스크를 못 구해 막막했는데 지난 2일 회사가 전 직원에게 마스크를 5매씩 지급했다”며 “생각도 못한 지원이어서 애사심이 절로 생기더라”고 말했다.
재택근무ㆍ출장 금지 등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회사들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재택근무 중인 정보기술(IT)기업 직원 박모(29)씨는 “재택근무가 좋다기보다도 확진자나 의심환자가 없는데 직원들의 안전을 생각해 예방 조치를 취했다는 게 마음에 든다”고 했다.
반면 명확한 지침 없이 안전한 근무방안을 찾는 것을 직원 재량에 맡긴 기업들은 원성을 사고 있다. 수출업계에 종사하는 이모(30)씨는 “회사가 코로나 감염을 주의하라고 공지하면서 중국 등 해외출장을 금지하지 않아 결국 인사 불이익을 감수하고 출장 지시를 거부했다”며 “평소 복지 수준에 만족하고 다녔는데 회사의 진짜 모습을 본 것 같아 정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영업직인 이모(31)씨는 “외부인들과 많이 접촉할 수밖에 없는 직무인데 각 팀 재량껏 근무 수준을 조절하라는 공지뿐이라 여전히 일주일에 한두 번 꼴로 관계사와 회식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직장인들이 이처럼 회사의 신종 코로나 대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만큼 직장 내 안전 의식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근로자들에게는 자신의 안전이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집단근로 체제를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고용주들이 직원의 안위를 돌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업종별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재택근무 등 지침을 정하는 것을 불가능하므로, 노사가 긴밀히 소통해 산업현장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제반 사항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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