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아래 쪽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요.”
9일 오후 8시18분쯤 중국 푸젠성 취안저우시 호텔 붕괴현장에서 소방요원이 다급하게 외쳤다. 구조작업을 벌이던 중에 잔해 더미 안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린 것이다. 팀장은 탐지기로 확인해보라고 지시했다. “삐~삐” 생명의 움직임이 감지됐다.
이에 대원들이 소리치며 주변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안에는 10살 소년과 어머니가 갇혀 있었다. 펑파이 등 중국 매체들은 “모자가 구조대원과 3차례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을 바로 구조할 수 없었다. 철골 구조물과 콘크리트에 깔려 있어 중장비를 동원한다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7일 오후7시쯤 건물이 붕괴돼 48시간 넘게 지난 터라 온갖 잔해가 쌓이고 뒤엉켜 모자의 팔과 다리를 압박하고 있었다.
대원들은 일단 원기 회복을 위해 소금물과 간단한 음식을 아래로 밀어 넣었다. 틈이 좁아 구조작업 공간은 한 명이 겨우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마냥 지체할 수 없었다. 이에 한 대원이 무릎을 꿇더니 맨손으로 널빤지와 벽돌, 철근 구조물을 하나씩 들어내기 시작했다. 대원들은 서로 돌아가며 이런 식으로 3시간 동안 사투를 벌였다. 마침내 오후 11시7분, 구조에 나설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 모자는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붕괴 사고 발생 52시간 만이다.
어머니 청(程)씨는 “우리가 갇힌 곳 근처에 20세 전후의 사람이 한 명 더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원들은 다시 구조작업에 속도를 냈다. 재난사고의 골든타임으로 통하는 72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직 붕괴현장에는 20명 가량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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