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승객 2,000명 군사기지서 격리생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집단 발병한 미국 크루즈선 ‘그랜드 프린세스’가 9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만의 오클랜드 항구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순차적으로 하선한 뒤 격리를 위해 군 시설로 이송될 예정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정오쯤 그랜드 프린세스호가 오클랜드 항구에 정박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크루즈에는 승객 2,422명과 승무원 1,113명 등 3,535명이 타고 있으며 현재까지 21명(승객 2명, 승무원 19명)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앞서 무더기 집단 감염 사태를 불러일으켰던 일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악몽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정박 직후 존 해리 스미스 선장은 승객들에게 “앞으로 며칠간 단계적으로 하선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오늘은 긴급한 의학적 필요성을 가진 손님들에게 하선 우선권이 주어질 것”이라고 공지했다. 배가 오클랜드항에 도착하자 일부 승객은 “감사하다”고 외쳤고, 항구에 대기 중인 작업 인부들에게 손을 흔드는 사람도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방정부와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그랜드 프린세스호 승객의 하선 준비에 만전을 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호장구를 착용한 의료진은 이날 아침부터 선내의 승객들을 깨워 발열과 기침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없는지 재확인했다. 오클랜드항 주변 11에이커(4만4,500㎡) 부지에 울타리를 세워 외부인 접근을 막았고, 임시 의료지원 시설과 승객을 잠시 수용할 텐트 여러 동이 설치됐다.
하선 승객들은 군사기지로 이송돼 2주간 격리 생활을 하게 된다. WP는 미국인 승객 2,000여명은 △오클랜드 북부 트래비스 공군기지 △샌디에이고 미라마 해병대 항공기지 △텍사스 샌안토니오의 래클랜드 합동기지 △조지아 도빈스 소재 공군기지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 해외 국적 여행객 수백명은 본국에서 보낸 전세기 등을 이용해 귀환할 예정이며, 승무원 1,100여명은 배에 남아 격리 치료를 받는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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