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베트남 정부에 현지 공장 설비 개조를 위한 출장 인력의 입국을 제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베트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명분으로 지난달 29일부터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불허하고 입국자는 14일간 격리하는 조치를 시행 중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말부터 임직원과 설비 협력업체 직원 등 700명가량을 베트남 박닌성에 있는 공장에 보낼 계획이었지만 베트남의 입국 제한 조치로 출장길이 막힌 상황이다.
이 공장은 디스플레이 패널에 회로 등을 붙여 세트업체(완제품 제조사)에 공급하기 적합한 형태로 만드는 모듈공장으로, 특히 한국에서 만든 스마트폰용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가공해 현지 삼성전자 공장이나 화웨이, 애플 등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하반기 납품 계획에 맞춘 생산설비 개조를 위해 인력 파견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베트남 박닌성 정부에 출장 인력에 대한 입국 제한 예외를 적용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지 한국대사관도 지원에 나섰다. 박노완 주베트남 대사는 지난주 현지 매체 기자들을 만나 “삼성이 생산라인 가동을 위해 전문가와 엔지니어를 베트남에 데려올 필요가 있는데 이들이 14일간 격리되면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한국 의료기관의 코로나19 음성 진단서를 소지한 출장자는 격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호소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베트남을 ‘포스트 중국’ 생산기지로 점찍고 생산설비를 늘려온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경북 구미사업장이 코로나19 확진 직원 속출로 가동 중단되는 일이 반복되자 이곳에서 생산하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20 생산물량을 베트남 공장으로 이관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베트남 정부의 입국 제한 조치는 현지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에 즉각적 타격이 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다만 이번 출장 지연과 갤럭시S20용 패널 생산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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