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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언제 와요?” “몰라요” 안내문으로 답하는 약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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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언제 와요?” “몰라요” 안내문으로 답하는 약국들

입력
2020.03.09 21:00
수정
2020.03.10 11:26
0 0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오전 서울시내 한 약국에 '마스크 없음'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오전 서울시내 한 약국에 '마스크 없음'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공적판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첫날인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소재 약국에 마스크가 아직 들어오지 않아 '판매종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한호 기자
공적판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첫날인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소재 약국에 마스크가 아직 들어오지 않아 '판매종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한호 기자
공적판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첫날인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소재 약국에 아침에 줄 서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한호 기자
공적판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첫날인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소재 약국에 아침에 줄 서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한호 기자

마스크 5부제 판매가 시작된 9일에도 “마스크 언제 와요?”라는 질문은 끊이질 않았다. 공적 판매처인 약국들은 출입문에 안내문을 붙여 답을 대신했다. ‘마스크 입고 시간 몰라요’ ‘미리 줄 서지 마세요’ ‘제발 들어와 묻지 마세요 없어요’ 등등

약사 입장에서는 하루 수백 번도 넘게 듣는 질문에 일일이 답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마스크 공적 판매 개시일이라고 발표한 게 지난달 27일이니 벌써 열흘이 넘도록 마스크를 기다리는 고객들과 씨름을 해 왔다. 고객 입장에서는 언제 올지 모르는 마스크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도 고역이다. 약국 앞에 붙은 안내문을 보고서도 결국 약국 문을 빼꼼히 연다. 그리고는 “마스크 언제 와요?”

이 같은 풍경은 시민들이 주거지역 근처 약국에 마스크가 언제 입고되는지는 알 방법이 없기 때문에 반복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경 서울 영등포구의 약국 앞에서 1등으로 줄을 서서 1시간반가량을 기다리던 A씨는 “오늘 오후나 돼야 물량이 입고된다”는 약사의 말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마스크 대신 손소독제를 구매한 A씨는 “오늘은 드디어 마스크를 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혼자서 아쉬움을 삭이는 A씨의 경우는 그나마 점잖은 편이다. “앞으로 3~4시간은 더 기다려야 마스크가 도착한다”는 말에 격분해 약국 안으로 들어가 거칠게 항의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공적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오전 서울 종로5가 직장 밀집 구역에 위치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배우한 기자
공적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오전 서울 종로5가 직장 밀집 구역에 위치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배우한 기자
공적판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첫날인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소재 약국에 마스크가 아직 입고되지 않아 이를 구매하지 못한 시민들 중 일부가 개인 판매자로부터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판매자는 50장의 KF94 마스크를 장 당 1,500원에 판매했다. 이한호 기자
공적판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첫날인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소재 약국에 마스크가 아직 입고되지 않아 이를 구매하지 못한 시민들 중 일부가 개인 판매자로부터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판매자는 50장의 KF94 마스크를 장 당 1,500원에 판매했다. 이한호 기자

문제는 약사들조차 그날 판매할 마스크가 몇 시에 도착하는 지 알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공적 판매 마스크는 지오영과 백제약품이 독점 공급하는데, 자체 유통망을 통해 약국에 직접 전달하기 때문에 그 흔한 ‘배송조회’ 서비스도 불가능하다. 결국 새 마스크가 입고되는 시간은 공급업체의 배송 스케줄에 달렸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그날 교통상황이나 물류 상황에 따라 약국에 물건이 입고되는 시간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몇 시부터 몇 시 사이…정도로 예측할 수는 있지만 이마저도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같은 지역에 위치한 약국은 비슷한 시간에 물건을 납품받지만 공급자가 지오영이냐 백제약품이냐에 따라 한 동네 약국이라도 입고 시간은 차이가 난다.

결국 시민들은 직접 발 품을 팔아가며 마스크 입고 시간과 잔여 재고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이마저도 근무 시간 중에 임의로 빠져나올 수 없는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에게는 언감생심이다. 마스크 재고 및 판매 시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방법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약국 출입문마다 ‘마스크 품절’ ‘마스크 언제 오는지 몰라요’와 같은 안내문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그나마 일부 약국에서 붙여 둔 ‘재치 만점’ 안내 문구들 덕분에 잠시라도 웃을 수 있어 다행이다. 모두가 심란한 상황이지만 서로 마음 상할 일이라도 줄여보자는 약사의 노력이 감사할 따름이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오전 대구 동구 신암동 한 약국에서 약사가 요일별 마스크 구매 방법을 안내문에 적어 붙이고 있다. 대구=뉴시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오전 대구 동구 신암동 한 약국에서 약사가 요일별 마스크 구매 방법을 안내문에 적어 붙이고 있다. 대구=뉴시스
9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약국 출입구에 마스크 등의 품절로 인한 고객들에 대한 사과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9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약국 출입구에 마스크 등의 품절로 인한 고객들에 대한 사과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자 정부가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한 9일 광주 북구 모 약국에 '공적 마스크 다 팔렸어요'가 세 번 반복되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자 정부가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한 9일 광주 북구 모 약국에 '공적 마스크 다 팔렸어요'가 세 번 반복되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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