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의 4ㆍ15 총선 지역구 공천에서 탈락한 정병국(5선ㆍ경기 여주시양평군) 의원이 ‘아름다운 퇴장’을 택했다. 정 의원은 9일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자신의 컷오프(공천배제)를 결정한지 10분만에 입장문을 내 “공관위 결정을 수용한다”고 물러섰다.
정 의원은 “6번의 총선 공천 심사를 받는 동안 공관위는 늘 명망 있는 위원장을 앞세워 공천을 농락했지만, 이번 공관위는 달랐다”며 김형오 위원장이 이끄는 공관위를 치켜세웠다. 낙천한 현역 의원이 자신의 정치 생명을 끊은 공관위를 칭찬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 의원은 “이번 공천 심사는 사천도, 파동도, 나눠먹기도 없는, 철저히 계파의 패권을 배제한 심사였다”고도 했다. 이에 김형오 위원장은 “정 의원은 공관위 발표 전에 이번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전해 왔다”며 정 의원을 ‘배려’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정 의원은 보수 진영의 ‘원조 소장파’로, 줄곧 중도개혁의 목소리를 내 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을 탈당해 바른미래당에 합류했다 보수대통합을 계기로 복당했다. 정 의원은 “사반세기 정치 여정 가운데 저는 늘 개혁의 칼을 주장해 왔다”며 “이제 그 칼날이 저를 향하고, 저는 거부하지도, 피하지도 않겠다”고 했다. 이어 “통합당이 아직 미흡하고 부족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막아낼 유일한 대안 세력”이라며 “통합당에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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