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사라진 아이들’ 등 뮤지컬 공연이 잇달아 취소되고 있다. 명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아무런 사전 공지도, 출연료 문제 등에 대한 양해도 없이 일방 통보하는 방식이어서 논란이다.
‘셜록 홈즈’ 제작사 메이커스프로덕션은 9일 예매처를 통해 “8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때문에 “더 이상 공연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 판단했다”고 했다. 폐막 조치에 대해 관객, 배우, 스태프 그 어느 누구에도 미리 알리지 않았다.
갑작스런 공연 중단 결정에 배우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 작품엔 베테랑 배우 안재욱과 송용진, 이지훈, 김법래, 아이돌 스타인 B1A4 산들과 빅스 켄 등이 출연했다. 뮤지컬 무대에서 나름 이름이 있다는 배우들이다. 출연 배우 A씨의 소속사 관계자는 “공연 자체가 초연도 아니고 출연진도 티켓 파워가 있어서 사정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공연 취소가 진짜 코로나19 때문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배우 안재욱조차 8일 마지막 무대를 끝낸 뒤 팬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금 지불도 안 되고, 투자자도 빠져 버리고, 회수도 안 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뮤지컬의 배우와 스태프 대다수가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ㆍ조연 배우는 그나마 일부라도 받았지만, 앙상블 배우와 현장 스태프 중에는 임금을 아예 못 받은 경우도 있다는 전언이다.
이 제작사는 지난해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 공연 당시에도 임금 체불 문제를 일으켰던 곳이다. 새로 올린 공연 수익금으로 지난 공연의 빚을 갚는, 이른바 ‘돌려막기’로 악명 높다. 배우들 중에는 지난 공연에서 못 받은 임금을 받기 위해 신작 공연에 출연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B씨 관계자는 “제작사가 공연을 이어갈 여력도, 의지도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 C씨 관계자도 “미리 조기 폐막을 공지라도 했으면 마지막 공연 때 팬들에게 감사 인사라도 했을 텐데 갑작스럽게 공연이 취소돼 당황스럽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엔 뮤지컬 ‘위윌락유’와 ‘영웅본색’도 조기 폐막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이유였으나 핵심은 임금 체불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27일 폐막한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도 투자 문제와 임금 미지급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개막한 공연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핑계를 대는 일부 제작사들 행태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무대를 지키는 공연도 함께 피해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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