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이… 삐이….”
수원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A(39)씨는 9일 오전 7시30분쯤 버스 안에서 잠이 살짝 들었다가 연거푸 울린 3건의 ‘안전안내문자’(긴급문자)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평소 하루에 1~2건 상당한 시차를 두고 오던 긴급문자가 1분 새 내리 3번이나 울렸기 때문이다.
‘뭔가 터졌나 보다’라는 마음에 휴대폰을 열어 봤지만 짜증이 몰려왔다. 3건의 긴급문자 내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스크 구매 대상 및 방법’이었다.
A씨는 “일요일인 8일 오후 7시에도 식약처가 같은 내용의 문자를 보내놓고 이른 아침에 또 보냈다”며 “도대체 재난 안전문자, 긴급문자라면서 긴급한 내용은 어디 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른 ‘재난 안전 문자’와 4·15 총선이 다가오면서 늘어난 ‘선거운동 문자’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확진자와 동선 확보를 빠르게 공유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긴급함이 없는’ 내용까지도 재난 알림을 빙자해 남발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여기에 총선 예비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문자 메시지까지 더해지면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경기 과천에 사는 B(43)씨는 신종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9일까지 재난문자 31건, 선거운동 56건 등 모두 87개의 문자를 받았다. 이중 ‘확진자 발생 및 동선 알림’ 등 그나마 긴급성이 담긴 메시지는 13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확진자 없음’ ‘감염예방법’ 등이다.
또 선거운동 관련 메시지도 ‘예비후보 등록’, ‘경선 투표 독려’, ‘본선 진출 확정’, ‘경선 탈락 감사인사’ 등이다.
B씨는 “긴급함 없는 문자, 알고 싶지 않은 선거내용 이젠 제발 좀 그만 보냈으면 좋겠다”며 “카카오톡으로 전달되는 업무지시만으로도 벅차니 제발 가려서 보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재난문자를 보내는 주체는 지난해 9월부터 기존 광역자치단체 등에서 기초단체로 확대됐다. 신속 정확하게 재난상황을 빠짐없이 주민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문자를 받는 주민 입장에선 소음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기 남부권의 지자체 관계자는 “재난안전 문자에 대한 명확한 매뉴얼이 없는 상태에서 어디까지를 재난으로 봐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안 보냈다가 나중에 질책 받느니 일단 보내놓고 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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