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비례연합정당 창당하면 중도층 표심 못잡아 총선 불리”
수도권·영남 지역구 의원 중심 ‘꼼수 선거’ 역풍 우려 목소리
친문계는 비례 합류 불가피론…與, 오늘 의원총회 의견 재수렴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 합류 여부를 전체 당원 투표로 결정하기로 한 가운데, 수도권ㆍ영남 등 지역구 의원을 중심으로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비례연합정당 참여로 민주당이 더 얻을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보다 중도층 민심 이탈로 놓칠 지역구 의석 수가 클 수 있다는 신중론이 당 지도부의 결정에 제동을 걸고 있다.
경기 부천 원미을이 지역구인 설훈 최고위원은 9일 중도 표심 이탈을 명분으로 비례연합정당 합류를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그는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수도권 선거는 1,000~2,000표 차이로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도층을 안는 쪽이 총선에서 승리하는 법”이라며 “그동안 애써 잡아 놓은 중도층 표심을 흔들리게 만드는 것은 전략상 옳지 않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의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지역의 한 의원도 “지역구 후보들이 입을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우리 당이 지역구 공천에서도 좋은 점수를 못 받았는데, 스스로 만든 제도마저 부정해 가며 ‘꼼수’로 선거를 이기려고 한다면 누가 우리 당을 신뢰하겠느냐”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만든 데 대해 “선거법 개정 취지를 무력화하는 꼼수”라며 맹비난해왔다.
민주당 소신파로 분류되는 조응천(경기 남양주갑) 의원도 지난 6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국민들이 우리에게 골이 나있는데 좋건 싫건 원칙을 어기고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하면 지역구 민심 이반이 있을 수 있다”고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수도권에 이은 제2의 격전지인 부산ㆍ경남ㆍ울산(PK) 의원들도 민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산 지역의 민주당 초선 의원은 “비례연합정당이 국민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이슈라 아직 민심 이반 기류가 느껴지진 않는다”면서도 “지역 유권자들 의견을 최대한 듣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ㆍ경북 대표 주자인 김부겸 의원은 “비례연합정당 참여는 소탐대실”이라며 일찌감치 반대의사를 밝힌 상태다.
하지만 친문재인계 의원들은 ‘비례연합정당 합류 불가피론’에 거듭 불을 지폈다. 최재성 의원은 9일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하기로 분위기가 모아졌느냐’는 질문에 “기류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통합당이 총선 승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중차대한 상황”이라며 비례연합정당이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오는 12일 권리당원 80만명 전체를 대상으로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모바일 투표를 진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다만 민주당은 10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당원 투표 실시 여부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다시 수렴하기로 했다. 당 지도부가 8일 당원 투표를 결정하고도 의원총회라는 형식을 뒤늦게 추가한 것은 당내 반발을 잠재우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의원총회에서 당원 투표 방안이 무산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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