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훈련” 지칭하며 신중한 반응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지 닷새 만인 9일 북한이 다시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다. 북한의 무력시위는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정부는 “강한 유감”, “중단 촉구” 등의 입장을 냈던 지난 2일 북한 발사체 발사 때와는 달리 ‘훈련’으로 부르며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합동참모본부는 9일 “우리 군은 오늘 오전 7시 36분쯤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북동쪽 동해상으로 발사된 다종의 발사체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사체의 최대 비행거리는 약 200㎞, 정점 고도는 약 50㎞로 탐지됐다. 초대형 방사포에서 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발사체는 4발 안팎이었고, 최단 발사 간격은 약 20초 정도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240㎜ 방사포와 300㎜ 방사포 등을 섞어 쏜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보당국은 단거리 발사체의 정확한 숫자 및 세부 제원을 정밀 분석 중이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의 이러한 행동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해 노력하기로 한 ‘9ㆍ19 군사합의’의 기본정신에 배치되는 것”이라며 일단 유감을 표명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8일 인민군 3군 합동타격훈력을 실시한 데 이어 지난 2일엔 강원 원산 인근에서 동해 북동 방향으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이번 발사로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북한의 양면전략 행보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2일 발사 후 “강한 우려”를 표명한 청와대 측을 향해 이튿날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남의 집에서 훈련을 하든 휴식을 하든 자기들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내뱉는가”라며 원색적인 비판 담화를 냈다. 하지만 북한은 다시 4일 김 위원장 명의의 친서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며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낸다”고 유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이렇게 외견상 오락가락하는 북한의 저의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해 북한이 개발한 신종 무기의 성능 개량 및 실전 배치를 위한 실험을 이어가는 것으로 분석했다. 단거리급 무기 발사를 일상적인 훈련 및 시험으로 인식시키기 위한 시위라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자위적 국방력 차원에서 훈련을 하거나 단거리급 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문제삼지 말라는 일종의 시위 성격이 강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급 발사를 용인했듯, 국제사회에서도 훈련으로 치부해 관성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은 새로운 무기가 개발되면 계속 시험 발사를 이어가는 습성이 있어 앞으로도 시험 발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로우키’ 대응으로 바뀌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전 북한 발사체 발사 직후 관계장관 긴급 회의를 진행한 뒤 “북한이 2월 28일과 3월 2일에 이어 대규모 합동타격 ‘훈련’을 계속하는 것은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2일 발사 직후 합동타격훈련을 언급하며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던 것보다는 수위가 낮아진 셈이다. 북한을 자극하기보다는 남북 정상 간 친서가 오가는 상황을 관리하며 향후 관계 개선의 끈을 놓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홍 실장은 “북한의 반응도 고려하는 수준에서 신중하게 입장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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