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ㆍ손편지 받은 시민 “지친 마음 달래줘요”
“청도에 코로나가 급속히 퍼지면서 외부 활동을 일절 할 수 없게 됐어요.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 한정적이다 보니 너무 무료하고 따분함과 동시에, 코로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만 커지던 와중이었죠. 그런 때에 받아본 정성스러운 책들과 손편지는 ‘얼굴도 모르는 이들도 우리 지역을 응원해 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줬어요. 보내 주신 책들과 함께,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북 청도에 사는 한정은씨는 최근 책이 담긴 택배 상자를 배송 받았다. 상자에는 다섯 권의 책과 함께 ‘우리에게는 물리적 거리감이 있지만 함께 어려움을 나누고 싶다’는 내용의, 책을 보낸 사람이 동봉한 쪽지가 들어 있었다. 보낸 이는 서울 마포의 A서점. 대구ㆍ경북 지역 시민들에게 책으로 힘을 주자는 #대구에책보내기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9일 출판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지역인 대구ㆍ경북 시민들을 위해 서점, 작가, 독자 등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A서점은 #대구에책보내기 캠페인을 지난달 29일부터 시작했다. 출판사로부터 받아둔 홍보용 책, 일반 시민들이 직접 기부한 책을 모아 대구ㆍ경북 지역으로 보냈다.
작은 서점이 하는 일이니 애초엔 책을 받아볼 수 있는 사람이 스무 명 정도에게 그칠 줄 알았다. 그런데 입소문이 돌면서 참여를 원하는 이들이 늘어나 한정은씨를 비롯, 150여명의 대구ㆍ경북 시민들에게 책이 전달됐다.
필요한 책을 구입해 보내라며 수십만 원을 보낸 사람, 대구ㆍ경북 사람에게 띄우는 편지를 동봉한 사람, 자신의 책을 기부하겠다는 작가, 책 기부에 동참한 인근 서점, 포장과 배송이라도 돕고 싶다는 시민의 마음 등이 모인 결과였다.
A서점 대표 B씨는 “모두가 어려운 시기지만,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다 보면 다 함께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대구에 책보내기 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B씨는 “서점이 빛나고자 한 일이 절대 아니다”며 자신과 서점 이름 공개를 극구 사양했다. 그는 “소식을 듣고 책을 엄청 많이 보내주겠다는 출판사도 있었지만 작은 마음을 모으고자 했던 애초 취지를 감안해 정중히 거절했다”며 익명으로 남고 싶다는 점에 대해 거듭 양해를 구했다.
조용했던 A서점 캠페인은 다른 곳으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인근의 또 다른 책방은 60여명의 작가로부터 책을 추천 받아 대구ㆍ경북 지역 독립서점, 동네책방에 보내기로 했다. 대구 지역 서점인 아템파우제도 “저 또한 대구에 거주한다는 단 하나만의 이유로 많은 분들의 따스함을 받았다”며 지역 사회 책 나누기 운동 동참을 선언했다.
큰 조직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경증환자 치료를 위한 생활치료센터에 협회 차원의 책 보내기 운동을 벌일지 검토 중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도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치료 중인 대구ㆍ경북 시민들에게 책으로 응원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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