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국에서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다. 공적 판매처마다 마스크를 구하려는 행렬이 이어졌고 수급 부족 사태가 이어지자 정부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고육지책으로 마스크 5부제가 도입됐지만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국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약국으로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내일은 또 어떤 어떤 마스크 대책이 나올지 국민들은 정부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정부의 마스크 착용 지침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사태 초기 정부는 국민들에게 ‘반드시 보건용 마스크를 쓸 것’을 권고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달 4일 브리핑에서 “천이나 면으로 된 마스크는 젖을 수 있어 감염 예방에 제약이 있기에 수술 및 보건용이 안전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적 마스크 수급 차질이 거듭되면서 ‘감염 위험성이 낮은 곳에서는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로 바뀌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담화에서 “콩 한쪽도 나눈다는 심정”을 강조하며 “개정된 마스크 사용지침은 혼잡하지 않은 야외나 가정 내, 그리고 개별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저를 비롯한 공직사회가 먼저 면마스크 사용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9일 “공직 사회는 면마스크를 사용하는 등 솔선수범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처럼 정부의 마스크 착용 지침이 수정됨에 따라 공직자와 정치인의 ‘마스크 코드’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한동안 각종 행사와 현장 점검에서 마스크를 착용해 온 문 대통령이 마스크를 벗었고, 대구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지휘하는 정 총리는 일회용 마스크 대신 면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각 부처 장관들 역시 9일 이후 면마스크를 착용 중이다.
정치권의 마스크 코드 또한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만 해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다가 지난달 25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전원이 마스크를 쓰고 회의실로 입장했다. 이날만 해도 착석과 동시에 대다수가 마스크를 벗었지만 다음날은 회의 중에도 발언자 외에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입장 후 전원 마스크를 벗는 것으로 다시 바뀌었고, 4일 이후에는 아예 마스크 자체를 볼 수 없었다. 당시는 공적 마스크 부족으로 국민 여론이 들끓고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던 시점이다. 다만 회의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하는 동안에도 지역구가 대구인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만은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그에 반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지난달 24일 지도부가 처음 마스크를 쓴 채로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한 이후 보름 가까이 ‘마스크 회의’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정부의 실정과 책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경우 지난달 26일부터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할 때조차 거의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심상정 대표 등 정의당 지도부는 5일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흰색 마스크 위에 ‘마스크 100% 공적구매’라는 메시지를 부착하고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