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제 시행 첫날, 출생연도 끝자리 1ㆍ6년생만 구매 가능
대기 줄 감소했지만 여전히 마스크 구매 ‘하늘의 별 따기’
약사들 “약 제조에 마스크 판매 병행까지 업무부담 커져”
“마스크를 보급한다고 해서 아침부터 나와 2시간을 기다렸는데, 언제 도착할지 모른다니 말이 됩니꺼.” ‘마스크 5부제’가 시행에 들어간 9일 오전 대구 북구 침산동 한 약국 앞 긴 행렬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마스크 판매 약국에서는 “우리도 마스크가 언제 들어올지 알 수가 없어 초조하다”고 했다. 약국 앞에서 오전 8시부터 장사진을 치고 있던 80여명의 시민들 사이에서는 “대구에서는 5부제가 아니라 주민센터 등에서 무상보급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화난 목소리도 새어 나왔다.
마스크 구매를 일주일에 2장으로 제한하는 ‘마스크 5부제’가 시작된 첫 날 마스크 구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았다. 이전과 같은 대란은 다소 완화했지만 전국의 약국마다 마스크를 구하는 행렬이 이어졌고, 전달 체계의 미비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약국 앞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약국마다 마스크 입고 시간이 다른 데다, 판매 시간조차 고지되지 않아 혼선도 빚어졌다.
약국 앞의 마스크 행렬은 확실히 짧아졌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 약국 10곳을 둘러본 결과 5부제 시행 전보다 마스크 구매는 한층 수월했다. 지난주만 해도 50m가 넘는 긴 줄이 늘어선 강남역 근처의 한 약국엔 이날 대기인원이 10여명 안팎으로 줄었다.
구매 대기줄이 줄었다지만 마스크 품귀 현상은 여전했다. 역삼동 일대 약국의 경우 판매를 시작한 지 2시간 만인 낮12시 모든 마스크가 동이 났다. 서울 서대문역 인근 약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회사원 김진명(34)씨는 “마스크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인지 몰라도 입고시간에 맞춰 약국에 가지 않으면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건 매한가지”라고 했다.
처음 시행되는 제도라서 곳곳에서 시행착오도 발생했다. 5부제 기준을 출생연도가 아닌 생년월일로 착각하거나, 대리 구매 대상자(만10세 이하, 만80세 이상)의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아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적잖았다. 공인중개사 양모(60)씨는 “1936년생 노모의 마스크를 대신 구입하러 왔다가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하다 해 발급 받아 왔는데 그새 품절됐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온라인 주민등록등본 발급이 가능한 정부민원처리 사이트 ‘정부24’는 이날 한때 접속자가 몰리며 서비스가 지연됐다.
마스크를 이미 구매하고도 다른 약국에서 다시 마스크를 사려다 적발되는 사례도 속출했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약국을 들른 한 30대 남성은 이미 마스크를 구매한 사실을 약사에게 들키자 민망한 듯 얼굴을 붉히며 서둘러 약국을 빠져 나갔다. 약사 신모(45)씨는 “오늘 오전에만 벌써 3명이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에 걸려 발길을 돌렸다”고 했다. 다른 약사 김모(35)씨는 “이미 마스크를 산 손님 중 안 샀다고 우기는 분들도 많았지만 구매이력이 남기 때문에 소용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대구=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안동=이용호 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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