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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누락, 허위가 태반”… 신천지, 지자체와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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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누락, 허위가 태반”… 신천지, 지자체와 ‘숨바꼭질’

입력
2020.03.09 19:15
수정
2020.03.10 06:5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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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원(가운데)이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건물에 있는 신천지 법인 사무실을 찾아 신천지 교회 관계자에게 현장 조사 내용을 말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 공무원(가운데)이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건물에 있는 신천지 법인 사무실을 찾아 신천지 교회 관계자에게 현장 조사 내용을 말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9일 오전 9시30분 서울 동작구 사당동 C빌딩. 서울시의 문화정책과, 세무과 소속 직원들이 엘리베이터에 올라 ‘5층’을 눌렀다. 안내판에 따르면 5층에는 ‘하나 모임(HANA MOIM)’ 이라는 사무실이 있는 곳. 그러나 이들이 만난 것은 ‘바이블 마음 수선소’라는 간판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의 근거지로 지목되고 있는 신천지 측이 최근 시에 알려 온 서울 소재 선교 법인 ‘새하늘 새땅 증거장막성전 예수교선교회’ 본부”라고 말했다. 신천치 관련 사무실이 문화 공간처럼 위장해 도심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신천지 법인이 종교 관련 비영리법인으로서 지켜야 할 사항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날 이곳을 찾았다.

신천지 본부 관계자 입회 하에 5명의 서울시 직원들은 2시간가량 각종 점검을 진행했지만 법인의 수입ㆍ지출 관련 장부와 사원명부 확보에는 실패했다. ‘허탕’을 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인 사무실이 의무적으로 비치해야 할 서류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며 “이는 명백한 위법”이라고 말했다. 신천지 관계자는 “여러 사무실이 폐쇄돼 서류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고, 법인 사업 관련 서류는 찾아봐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현장 조사를 벌인 서울시는 신천지 법인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신천지가 신도 명단을 허위로 제출하고 전수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데 이어, 위장시설에서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는 혐의가 드러나면서 지자체들이 신천지에 대한 견제와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악되지 않고 있는 시설과 신도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시 한마음아파트 집단 감염이 단적인 사례다. 뒤늦게 신천지 신도 집단 거주지로 밝혀지면서 부실ㆍ늑장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실기할 경우 사태가 걷잡기 힘든 수준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배경에 있다.

이날 확인된 신천지 측의 위법 사항은 이 뿐만이 아니다. 서울시가 이날 찾은 시설은 2011년 등록 당시 법인 주소를 강남구 논현동으로 신고했지만, 지난해 사라졌다. 이 사실을 변경 등기해야 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논현동으로 헛걸음을 한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신천지 측에 서울 법인 주소를 확인하니 용산구 모처로 알려줘 갔더니 이번엔 신축 중인 건물이었다”며 “오늘 찾은 곳도 재차 확인해서야 찾아낸 곳”이라고 말했다. 의무사항 불이행, 그 사실의 은폐를 위해 조직적으로 시간 벌기에 나섰다는 의심을 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시는 신천지 법인 취소를 논의하기 위해 13일 청문회를 예고했다.

경기도는 신천지 관련 시설에 대한 강제 폐쇄 기간을 오는 22일까지 2주 연장했다. 당초 8일까지였다. 신천지 본부가 있는 경기 과천시도 신천지 관련 건물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신천지의 예배당 문제나 중앙동 건축허가 건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ㆍ상업 시설로 용도허가를 받은 신천지 예배 시설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따져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시설, 건물의 경우 상황은 차라리 나은 경우다. 이곳 저곳으로 움직이면서 협조적이지 않은 신도들을 확인하는 과정은 첩첩산중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신천지가 제출한 시설목록과 교인명단은 조작, 누락, 허위가 태반”이라며 신천지 신도 조사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나 신천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쟁에 이용하지 말라”고 반발, 법인 취소를 추진중인 서울시 등 지자체에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이 달린 이번 사태의 조기 종식을 위한 노력이 숨바꼭질로 희화화 되지 않도록 신천지 측의 협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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