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위험에 빠트려” 비판도 있지만
“대구 출신이라는 이유로 진료거부 부당” 의견도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긴 채 서울백병원에 입원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 이기적인 행동으로 다른 의료인과 환자를 위험에 빠트렸다는 비판이 거세다. 그러나 그가 거짓말을 한 배경을 두고 특정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백병원에 입원 중이던 78세 여성 환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은 외래와 응급실 등을 폐쇄하고 ‘출입 전면 통제’에 나섰다.
이 환자는 구토 등 소화기 증상으로 3일부터 병원에 입원했으나 진료거부를 우려해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추가 검사로 코로나19 확진을 받자 그는 뒤늦게 거주지를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소식이 알려지자 병원 폐쇄 조치를 초래한 환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9일 한 누리꾼은 “1339나 120으로 먼저 전화를 해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적절한 대응 방법인데, 일반 병원으로 가서 거주지를 의도적으로 숨긴 채 입원했다”며 “당사자는 물론 그를 모신 딸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jsl****)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현장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는 의료진과 다른 환자의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확실한 법적 처분이 있어야 한다”라며 “선례를 만들어야 두 번 다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mhm****)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몇몇 이들은 이 환자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주목했다. 환자가 백병원에 오기 전인 3일 다른 병원에 예약했으나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근 2주 이내에 대구에서 왔지만 열이나 호흡기증상이 없다면 외래진료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며 “대구에서 왔다고 제대로 치료를 못 받고 나빠지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누리꾼들은 “대구 방문 사실만으로 사람들이 혐오감을 느끼고 거부하니, 본능적으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per****) “환자 처벌만 요구할 게 아니라 애초 진료를 거부한 병원도 처벌해야 한다”(aza****)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결국 정부는 칼을 빼 들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재난시 의료인에게 진술할 때 정확한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백병원 논란에 대해서는 해당 환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정부는 대구 거주자라는 이유만으로 환자 진료를 거부하는 병원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김 총괄조정관은 “감염병관리지역으로 관리하는 지역 환자의 경우 적절하게 진료를 받기 어렵고 의료기관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는 측면이 있다”며 “대구에서 온 환자를 무조건 거부하거나 필요 이상의 조치를 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행정력을 동원해 그런 조치가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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