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국 여자 농구의 감독 적임자를 선택할 시간이 다가온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10일 서울 방이동 협회 회의실에서 감독 지원자 면접을 진행한다. 2020 도쿄올림픽 지휘봉에 도전장을 던진 후보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여성 지도자 전주원(48) 우리은행 코치와 정선민(46) 신한은행 전 코치를 비롯해 하숙례(50) 신한은행 코치, 김태일(60) 전 금호생명 감독이다. 최근 협회는 지도자 평가 항목에서 경력 비중을 낮추는 대신 면접 비중을 높였고, 면접 절차를 마치는 대로 이른 시일 내에 새 사령탑을 선임할 계획이다.
여자 농구는 12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지만, 과정에서 후폭풍이 컸다. 혹사 논란을 시작으로 불화설, 소통 미흡 등 문제가 불거진 탓에 최종 예선을 지휘한 이문규 감독은 2월말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이후 농구계에선 도쿄올림픽까지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선수들을 잘 알고, 현장 감각이 있는 현역 감독을 사령탑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현역 감독들은 감독 공모에 지원하지 않았다.
결국 ‘독이 든 성배’는 여자농구 전설들이 받아 들었다. 전주원 코치, 정선민 전 코치, 하숙례 코치는 모두 국가대표 출신이다. 특히 전 코치와 정 코치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4강 신화의 주역이자,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얼굴이다. 하 코치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부터 최근 올림픽 최종 예선까지 대표팀 코치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춘 게 장점이다. 유일한 남자 후보자 김태일 전 감독은 2004년 약체였던 금호생명을 우승시키며 지도력을 발휘했다.
후보자 4명 중 무게 중심은 전 코치, 정 코치에게 실리는 분위기다. 전 코치는 2011년 신한은행 코치, 2012년부터 현재까지 우리은행 코치로 한 해도 쉬지 않고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감독급 코치’로 평가 받는다. 정 코치는 하나은행 코치(2014~16), 신한은행(2016~19) 코치로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다만 둘의 차이는 현재 소속팀의 유무다. 한 여자 농구 관계자는 “프로 팀에 있는 지도자가 대표팀을 맡으면 소속 구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예산이 많지 않은 협회 입장에서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가 올림픽 지휘봉을 여성 감독에게 맡길 경우 한국 하계 올림픽 단체 구기 종목 사상 최초로 한국인 여성 사령탑이 탄생한다. 동계 종목은 2018년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에서 캐나다 여성인 새러 머리 감독이 남북 단일팀을 지휘한 바 있다. 2016년 리우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박세리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골프는 단체 구기로 분류되지 않는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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