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교인 아르바이트생 때문에 문 닫은 춘천의 피자 가게
소식 접한 지역 주민들 “주문으로 응원하자”
“함께 사는 세상, 같이 사는 세상이라는 걸 이번 일로 깨달았어요.”
강원 남춘천의 한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장미정(47)씨는 새로 구한 아르바이트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을 받아 지난 2주 넘도록 영업을 하지 못했다. 재료비와 월세를 날린 것은 물론 해당 직원이 신천지예수교회 교인이었던 탓에 “가게 주인도 신천지냐”는 억울한 누명까지 썼어야 했다.
장씨의 상처를 어루만진 건 소식을 알게 된 지역 주민들이다. 장씨는 9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지역 맘카페 회원분들께서 저희 가게에 주문해주시며 응원한다고 들었다”며 “저도 카페 회원이 아니라 몰랐다가 알게 됐는데 정말 감사하다. 정말 큰 힘이 됐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장씨가 해당 직원을 고용하게 된 건 지난달 초였다. 장 사장은 “전에 일하시던 분이 그만두셔서 새로 오신 분이었다. 실제로 일한 날은 5,6일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해당 직원이 신천지 교인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르바이트 직원을 뽑을 때 종교를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나 신천지 교인이었던 것 모두 보건소 직원을 통해 뒤늦게 알게 됐다고 했다.
장씨는 “그 직원이 (지난달) 18일 출근을 하지 않고 전화를 해 ‘지금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해 서울의 한 병원에 있다’며 ‘자르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래서 ‘걱정하지 말고 치료 잘 받고 오시라’고 했는데 22일 보건소 관계자가 가게를 찾아 와서 그 직원이 신천지 교인이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알려줘서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장씨는 내외는 즉시 자가 격리에 들어가야 했고, 피자 가게 영업도 멈춰야 했다. 다음날 장사를 위해 주문한 피자 재료들은 모조리 폐기 처분했고, 월세와 관리비 등은 그대로 나가야 했다. 장씨는 “저희 먹는 건 줄여도 하루 벌어 내는 재료비와 월세 부담이 가장 컸다”고 토로했다.
2주간의 자가격리 끝에 겨우 영업을 재개한 건 지난 4일부터다. 영업 정지 전보다는 못하지만, 주문 건수는 조금씩 늘고 있다고 장씨는 밝혔다. 그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후기 남겨주신 분들, 힘내시라고 주문해주시는 분들, 한 분 한 분 모두 정말 감사하다”며 “힘내라는 말에 위로 받았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영업을 다시 시작했지만, 신천지 교인이었던 직원의 그림자는 아직 남아있다. 장씨는 “좀 전에도 전화가 왔는데 저희(사장 내외)가 신천지냐고 묻는 전화가 온다. ‘저희가 아니라 그만둔 직원이 신천지였다’고 거듭 설명하고 있지만, 그래도 ‘피자 먹어도 되겠냐’고 물으신다. 조금 답답하지만, 절대 신천지가 아니니 안심하시고 드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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