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이웃 흔쾌히 보듬은 제천 청풍면 주민들
생활치료센터 곳곳에 입소 환자 응원 현수막
제천시는 ‘약채락’ 등 특산 음식 도시락 준비
“제천은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의병을 처음 일으켰던 고장입니다. 감염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이 편안히 치료받고 귀향할 수 있도록 제천 사람들이 적극 돕겠습니다”
9일 오후 충북 제천시 청풍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재개발원. 대구 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증 환자들을 태운 버스가 도착하는 모습을 먼발치서 지켜보던 이강준(62) 청풍면이장협의회장이 한 말이다.
신종 코로나 경증환자 전용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이곳에는 이날 대구에서 확진을 받은 112명의 경증 감염자가 입소했다.
앞서 8일에는 인근에 자리한 국민연금공단 청풍리조트에 155명의 경증 환자들이 입소했다. 이들도 모두 대구지역 확진자로, 149명은 1인실에 나머지 6명은 2인실에 배정됐다. 2인실을 쓰는 환자들은 가족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입소자에게는 청풍면식당연합회와 지역 도시락 업체가 준비한 도시락이 식사로 제공된다. 약초의 고장인 제천시는 지역음식 브랜드인 ‘약채락(藥菜樂)’으로 도시락을 만들게 하는 등 음식 제공에 정성을 쏟고 있다.
청풍면 주민들은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환자들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청풍리조트와 건보 인재개발원 등 두 곳이 경증환자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직후 주민들은 주민간담회를 열고 “입소자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들이자”고 결의했다. 그리고 청풍면 주요 도로변과 두 시설 입구에 환자 입소를 환영하는 현수막을 거는 등 차분하게 손님맞이를 했다.
청풍면 각 단체들이 내건 현수막에는 제천으로 이송되는 대구 환자들의 완쾌를 기원하는 응원 문구를 담았다.
이강준 회장은 “처음엔 일부 단체가 ‘청정지역에 감염병 환자를 받는 게 말이 되냐’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이내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모든 국민이 힘을 합치자며 의기투합했다”고 생활치료센터 지정 수용 과정을 전했다. 그는 “입소하시는 모든 분들이 쾌유하고 고향에 돌아가서 청풍명월 본고장의 인심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두 시설에 분산돼 조기 완치를 위한 생활을 시작한 환자들은 중앙부처와 대구시에서 파견한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들의 보살핌을 받는다.
이들은 적어도 20일 정도 머무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제천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청풍호를 끼고 있어 조용히 휴식하며 치료를 받기에 제격이다.
제천시는 지역 주민들의 걱정을 덜기 위해 두 시설 주변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시설 내부는 전문소독업체가 하루 6번 복도까지 철저히 소독하고 있다. 생활치료센터가 운영되는 기간에는 시설 진ㆍ출입로는 물론 시설과 연결되는 청풍호 변까지 철저히 통제한다.
충북도는 대구지역 감염병 환자들을 포용한 청풍면 주민들을 위해 친환경쌀, 딸기, 약초류 등 청풍 특산물 팔아주기 운동을 벌일 참이다. 지역 주민들에겐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무료로 우선 지원키로 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