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광범위한 충격, 서비스업 L자형 침체, 심리 위축 탓 수요 급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절정기를 지나더라도 세계 경제가 과거 다른 감염병 사태 때와 달리 이른바 ‘V자형’ 반등을 이루지 못할 거란 비관론이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충격이 과거와는 사뭇 다른 차원이기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한동안 경기가 바닥에 머무는 ‘U자형’, 더 나아가 ‘L자형’ 시나리오까지 점치고 있다.
9일 외신 등에 따르면, 영국의 경제전문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CEPR)는 최근 ‘코로나19 시대의 경제’ 보고서에서 세계경기 회복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운 이유를 분석했다.
첫째, 코로나발 공급 충격이 예상보다 길고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캐서린 만 씨티그룹 수석경제학자는 “통상 감염병 충격 후 제조업은 V자형 회복이 기본이지만, 이번 코로나 충격은 순차적으로 전파된 점을 고려하면 여러 개의 V자형 회복이 긴 기간에 걸쳐 이뤄지므로 전체적으로는 U자형 회복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둘째, 특히 서비스업은 코로나 충격 이후 아예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L자형 침체를 겪을 수 있다. 국제적인 이동 제약으로 관광ㆍ운송산업이 큰 타격을 입고, 내수와 밀접한 서비스업도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각국의 강도 높은 통제 정책에 위축돼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셋째, 최대 위험 요소인 심리 위축이다. 리처드 볼드윈 CEPR 소장은 “가장 큰 부담은 우리의 머릿속에 있다”며 심리 위축으로 인한 수요 급감이 실물경제와 상관없이 전세계로 번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미디어가 부정적 정보를 확산하고 가계ㆍ기업이 소비ㆍ투자를 미루면서 실제 여파가 덜했던 국가들까지 생산ㆍ무역 급감을 경험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관론은 차츰 확산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미국 경제가 올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회복 시점을 하반기로 미뤘다. 피터 후퍼 국제경제 리서치부문 대표는 6일 월스트리트저널에 “전체적인 소비와 투자활동에 유실이 발생할 것이고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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