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위 높이 6m가 넘는 모자를 쓴 사람이 등장했다.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예술가 마놀로 발데스(78)의 알루미늄 대형 두상인 ‘라 파멜라(La Pamelaㆍ여성용 모자)’이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여인을 본 딴 대형 조각은 작가가 공원에서 모자 쓴 사람 머리 위에 나비가 날아든 모습을 보고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눈ㆍ코ㆍ입 등 구체적인 형상은 없지만 큰 모자 아래로 음영이 드리워지면서 입체감이 살아난다.
올해 세종문화회관의 첫 야외공간 기획전인 이번 전시는 한국과 스페인 수교 7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발데스의 대형 조각이 국내에 전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종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그동안 세종문화회관 야외전시는 김영중, 박석원, 이종각, 정현도 등 국내 원로급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선보여 왔다”라며 “외국작가로는 발데스가 처음이며, 이번 전시를 통해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스페인 발렌시아 출신인 발데스는 벨라스케스, 렘브란트, 마티스, 피카소 등 거장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조명과 색상, 재료 등으로 추상화한 대형 작품을 주로 만들어왔다. 드로잉, 회화, 조각, 판화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작업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에 설치된 ‘라 파멜라’는 프랑스 파리 방돔광장과 미국 뉴욕의 보태니컬 가든 등에서도 전시된 바 있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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