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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게 없어...” 중소 여행사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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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게 없어...” 중소 여행사 패닉

입력
2020.03.09 17:12
수정
2020.03.09 19:1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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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코로나로 ‘산소호흡기’ 상태였는데…

한국과 일본이 양국 국민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중단한 첫 날인 9일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의 운항정보 게시판에 일본행 항공기 결항 안내가 줄줄이 표시돼 있다. 서재훈 기자
한국과 일본이 양국 국민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중단한 첫 날인 9일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의 운항정보 게시판에 일본행 항공기 결항 안내가 줄줄이 표시돼 있다. 서재훈 기자

“지난해 하반기 수출 규제 때문에 숨도 못 쉬다 좀 나아지나 했는데, 이제는 문 닫는 거 이외엔 방법이 없다.”

한국과 일본이 90일 이내 무비자 입국을 중단하는 등 서로의 ‘국경’을 차단한 첫 날인 9일 서울 중구 무교동에서 만난 한 여행사 대표 A씨는 신음을 토했다. 이 여행사는 일본에 사무실을 둘 정도로 일본 단체 관광이 주력인데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금지로 불붙은 ‘노 재팬’ 분위기로 한 번 휘청거렸다.

올해 들어 단체 여행객이 조금씩 예약을 해 정상화 기대에 부풀었지만 잠깐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 3월 잡힌 예약이 모조리 취소되며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설상가상 한일 양국이 무비자 입국 금지를 발표한 이후엔 단 한 통의 예약 전화도 걸려 오지 않았다. A씨는 “일본 직원들은 모두 무급휴가를 보냈고, 국내 사무실은 나 혼자 지킨다”며 “6년째 사업을 하는데 접어야 할 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 대응을 이유로 상대 국민 입국 규제를 강화하면서 여행업계가 또 한번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 사태로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한 국가가 100곳을 넘어 이미 빈사 상태였는데 “일본이 산소 호흡기까지 떼어 냈다”는 한숨이 터져 나온다.

이날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인천발 일본행 여객기 승객 수는 오후 2시까지 달랑 70여 명에 그쳤다. 반대로 일본에서 출발해 인천에 도착한 승객 수도 200명 정도에 불과했다.

입국 규제 시행 전인 지난 2일 양국을 오간 승객이 6,016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2분의 1 수준이다. 2018년 하루 평균 일본행 승객 수(3만6,792명)와 비교하면 무려 115분의 1로 급감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과 일본은 서로에게 부담 없는 여행지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8년에만 700만명이 넘는 한국인이 일본을 방문했다. 지난해에는 하반기 수출 규제 갈등으로 관광객이 558만명으로 줄었어도 해외 방문 국가 중 여전히 1위가 일본이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일본인 비중도 약 20%(지난해 기준 327만명)에 이른다. 중국인 관광객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런 한일 간 무비자 입국 금지에 여행업계는 패닉 상태다. 설령 비자를 받는다고 해도 입국과 동시에 타국에서 2주간 격리되는데 비행기에 오를 사람이 있을 리 없다. 여기에 항공사들도 일본행 노선 운항을 전면 취소했다. 아시아나항공은 30년 만에 일본 전 노선을 중단했고, 대한항공은 17개 중 인천~나리타 1개 노선만 남았다. 단거리 노선에 집중해온 저비용항공사(LCD)는 중국, 동남아에 이어 일본 노선까지 끊기며 줄폐업 위기에 몰렸다.

한일 갈등 사태가 단기간에 진정되지 않을 것이란 것도 문제다. 하나투어나 모두투어 같은 대형 여행사도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며 겨우 버티고 있는 처지다. 중소 규모 여행사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고 고통을 호소한다. 일본 전문 한 여행사 관계자는 “이달 잡힌 모든 상품이 취소됐고 다음달 예약 상품도 최소 문의가 계속 온다”며 “그동안 한일 간에 남은 앙금이 적지 않으니 이번 사태가 언제 해결될 지 짐작도 못하겠다”고 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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